(12월21일-3월19일) "오동동"(김현묵작 기국서연출)은 60대노인들이 주인공
으로 등장하는 색다른 연극이다.
6.25라는 한국현대사의 상처가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극 자체는 이데올로기
문제를 다루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40년이 넘도록 한사람을 사랑하는 남자의 순정을 그림
으로써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다.
무대는 지리산자락 화개장터.
양천댁은 6.25당시 빨치산이었던 남편과 함께 토벌대에 끌려갔다가
구덩이에서 간신히 살아나온 뒤 미쳐 떠돌다가 40여년만에 고향에 돌아와
화개장터에서 남편을 기다린다.
오동동영감으로 불리는 박영감은 젊어서부터 친구부인인 양천댁을 짝사랑
해온 순정파.
뒤늦게 지리산에서 발견된 유골을 안고 오열하는 양천댁을 보며 박영감이
마침내 포기하려는 순간, 양천댁은 박영감의 진실한 사랑을 깨닫는다.
극 사이사이에 일제때 징용당했던 인물이 50년만에 사할린에서 귀환하고
6.25세대와 그 자녀들이 갈등을 벌이는등 세태를 반영하는 내용이 포함
되지만 큰 줄거리는 역시 박영감과 양천댁의 사랑이다.
"실험극에서 다시 리얼리즘극으로"를 주창하고 있는 극단예성무대가
의욕적으로 만든 작품.
김희령(양천댁) 민경진(박영감)씨가 70세 가까운 노인역을 맡아 일견
고리타분하지만 눈물겨운 사랑 얘기를 전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