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비수기가 사라지고 있다.

음악을 비롯한 공연예술계에서 12.1월과 7.8월은 춥고 더운 날씨 때문에
관객이 뜸한 시기.

따라서 공연을 원하는 연주자.단체들은 이때를 피해 대관신청을 해왔고
공연장에서는 이때에 맞춰 시설 보수기간을 잡아왔다.

그런데 이같은 비철이 사라지고 심지어 12.1월과 7.8월에 1년관객의
30-45%가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것.

서점가가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보다 한여름 휴가철에 호황을 이루는
것과 같은 현상인 셈이다.

세종문화회관대강당의 경우 93년1월(23일간)과 8월 시설보수를 위해
휴관했으나 94년에는 1월에 11일간, 8월중 20일간만 쉬었다.

올해에는 아예 보수기간을 1월중 9일간만 잡고 8월에는 휴무없이 한달내내
공연할 계획이다.

이같은 현상은 공연예술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 자체로 수익성을 지니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가시적 수익외에도
이미지제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가 큰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연예술행사를 기획하는 기업 등이 증가일로에 있다는 해석이다.

또 세종문화회관홍보실의 정철실장(31)은 중.고교에서 방학동안
학생들에게 5-10회의 음악회에 다녀오도록 한 것도 큰 요인으로 든다.

비수기가 따로 없기는 예술의전당도 마찬가지.

오페라극장의 경우 94년 1.7.8.12월중 총67일간 114회공연에 18만4천명이
다녀가 연간 총 공연 일수의 37% 횟수 43% 관객수 45%를 기록했다.

콘서트홀 역시 93년 1월에는 공연이 없었으나 94년에는 1월중 6회공연에
9천7백47명이 찾았다.

새해 들어서는 15일현재 4회공연에 1만명이 넘꼐 다녀갔다.

이 추세라면 월말께는 2만명을 넘어서리라는 것이 예술의전당측의
전언(고희경홍보과장).

1.7.8.12월의 총계를 보면 93년에는 53회공연 7만7천7백24명이었으나
94년에는 78회공연에 10만7천1백45명으로 40% 가량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국종합예술학교음악원의 주성혜(34)교수는 클래식음악을
비롯한 전체 공연예술애호가들의 증가와 더불어 기획이 다양해진 점을
꼽는다.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 등 국공립단체는 물론 각 공연단체에서 비수기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청소년음악회의 성공도 공연예술의 비수기를 없앤 요인으로
여겨진다.

중고교에서 음악회관람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마당에 적절한 곡선정과
친절한 설명을 곁들여 클래식음악에의 입문을 도운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공연예술의 시즌개념이 사라진 가운데 올해에는 그 어느해보다도
세계적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 성시를 이룰 전망.

7.8일 뉴욕팝스오케스트라가 세종문화회관대강당에서 공연을 가진데
이어 23일에는 빈심포니팝오케스트라가 같은 곳에서 공연한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중량급연주단체의 내한 또한 공연예술계의
"상시시즌화"에 도움을 줄것으로 예상된다.

음악계를 비롯한 공연예술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일단 반기는
분위기이다.

다만 이러한 양의 팽창을 질의 제고로 어떻게 적절히 연결시키느냐라는
것은 아직까지 과제로 남기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