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부터 상당물량의 소재.부품을 의존하고 있는 전자 기계 자동차
조선등 조립산업계는 관서지역 지진사태로 납기지연등 수급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수출산업인 컬러TV 컴퓨터 통신기기등의 핵심부품및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게돼 수입선 전환등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전자교환기(TDX) 팩시밀리 전화기등의 수입부품중
20%를 일본 오사카지역에서 수입해와 파급 영향이 적지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LG전자(금성사)는 해외수입부품의 10%를 고베등 일본 관서지역에서
조달해와 당분간 수급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통신은 노트북PC(개인용 컴퓨터)에 들어가는 LCD(액정표시장치)를
일본 샤프사로부터 수입하고 있는데 이번 지진으로 샤프사공장의
조업이 마비돼 수입선 전환을 서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3개월정도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지진충격파가
조기 수습될 경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관 LG전자 오리온전기등 브라운관 제조업체들은 이번 지진으로
국내 유리벌브 수급난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국내 유리벌브 수요의 10%선인 월 10만-20만개씩을
일본 NEG사와 아사히사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나 고베항이 정상기능을
못해 물량선적이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일의존도가 높은 기계산업의 경우는 도입선 전환이 여의치않을
경우 조업중단까지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계양전기 국도기계 국일제작소등 관련업체들은 이 지역에서 들여오던
핵심부품 수입이 2-3개월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긴키지역 수입액 53억2백만달러중
57.2%인 30억3천3백만달러어치가 일반기계와 사무용기기 금속기계
섬유기계및 부품 펌프 원심분리기등 공작기계 관련 원부자재였다.

기계업체들은 그동안 기계제품수입을 의존해 온 다이와공업(철강)
야마무라초자(유리)등 대형업체와 렌치및 스패너 프라이어 절단기
니퍼 스크루드라이버 제조업체들의 조업이 마비상태에 빠져 수급차질은
물론 수입단가 상승등 2중의 악재가 겹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CNC(컴퓨터 수치제어)유압절곡기및 유압절단기 제조업체인 국도기계
남상권부장은 "대부분의 국내 기계업체들은 일본으로부터 2-3개월
단위로 소재및 완제품을 들여오는 것이 보통"이라며 "현재의 재고가
바닥날 것에 대비하고 있으나 마땅한 묘안은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유기피복강판등 특수강판을 일본에서 구입하고 있지만
이번 지진으로 가동이 중단된 고베제강과는 거래관계가 없어 당장
물량확보에 어려움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신일본제철 스미토모금속 일본강관 가와사키제철등과만
거래해왔고 기아자동차는 스미토모금속의 가지마(도쿄인근)공장에서만
소재를 조달해 왔다.

이들 자동차업체는 그러나 일본 관련기업들과 현재 1.4분기 가격을
네고중이었던 만큼 강판수급 부족을 이유로 수입단가인상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도 지진의 불똥이 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달중 일본 고베철강으로부터 들여오기로 한 후판
2만t의 적기 선적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수입선전환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강재의 대일의존도가 매우 낮은 반면 전자장비등
기자재수입을 많이 해와 일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선재및 특수강업계도 선재 중간재를 대량 생산해 온 고베제강의
가고가와(가고천)제철소의 가동중단으로 소재구득난이 일고 있다.

동일제강은 17일 고베에서 선적키로 했던 물량이 실리지 못해 당장
내달부터 생산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최대 선재업체인 고려제강의 경우 국내공장은 신일철로부터
중간재를 들여오고 있어 큰 문제가 없으나 소요중간재의 절반가량을
고베제강에서 조달해 온 말레이시아공장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려제강등은 이에따라 호주 브라질등으로부터 선재중간재를 대체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데다 운송거리가
길어 납기차질은 불가피하게 됐다.

이와 함께 대일수출에 참여하고 있는 제조업체와 종합상사들의
물류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일수출물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베와 오사카항은 물론
이들 항구와 연결된 도로 철도 공항등의 운송기능이 중단돼 적기 수출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농수산물의 대일수출물량은 전량이 이들 2개항구를 통해 수출되고
있고 철강과 섬유는 40%, 전자는 10%가 이들 항구를 통해 일본내에
들어가고 있어 수출물류에 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