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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이틀째 폭락,휘청거리고 있다.

14일 장중 한때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30.27포인트가 빠졌다.

하루일교차가 23포인트이상을 기록하는 등 증시의 혼미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2일 정보통신부가 난데없이 5천억원규모의 체신기금을 회수함으로써
촉발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단순히 13일의 금요일에 벌어진 일과성의
사태라고 낙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증시주변상황이 수급불균형에 대한 불안감,멕시코페소화폭락에
따른 국제자금시장의 혼란,경기진정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통화긴축의지등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성격을 띈 불안요인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의 증시혼란을 야기한 국내외요인과 증시내부요인,그리고
앞으로의 장세전망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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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요인>

멕시코 페소화가치의 폭락으로 촉발된 국제자금시장의 교란상황도
때마침 국내외국인투자자들도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어 현금화된
외국자금이 한국증시를 떠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마저 낳게 하고있다.

외국인들의 매도우위가 일단은 지난 연말부터의 전반적인 추세였다고
하지만 올초 페소화가치폭락으로 중남미증시가 일대 혼란에 빠져들었고
그영향이 아시아증시에도 심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한 상황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앞으로도 외국인들이 매도우위추세를 유지할 경우 국내증시에
주는 "무게"는 훨씬 크게 느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지난12일까지 한주동안 2백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주에 2백1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점과 비교하면,아직은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외국인 예탁금의 경우 12일현재 4백58억원으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도우위가 작년12월초 외국인투자한도확대에 따른 매수세가 한풀꺽인
이후 나타난 전반적인 추세였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멕시코사태이후로는 국제시장을 떠돌아다니는 핫머니들이
중남미 아시아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 불신감을 드러내왔으며
이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특히 중남미에는 직접적으로 타격을 줘 외국자금이 멕시코시장을
빠져 나가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칠레의 주가가 연쇄적으로 꼬꾸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또 대만 필리핀 호주 인도등의 주가도 이번주 들어 예외없이 하락세를
보임으로써 국제유동자금들이 신흥시장에서 발을 빼려든다는 분석을
낳았다.

증권관계자들은 이같은 국제시장동향이 외국인투자자는 물론 물론
국내기관투자자에게도 심리적 불안감을 주고 있으며 외국자금의
유출이 우려되는 시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 박재임기자 >

<장외요인>

어렵게 탈환한 1000포인트고지가 힘없이 무너지며 폭락세로 돌아선요인은
지난 9일 발표된 정부의 95년경제운용방침이 점차 실행에 옮겨지면서
장분위기를 바꾼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총통화(M)증가율을 12~16%로 낮추는등 경기과열을 막고
물가안정구조를 다지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따라 은행을 상대로한 정부의 통화관리가 불가피하게됐으며
21일 지준마감을 앞두고 자금사정이 더욱악화돼 장세를 어둡게 보는
세력이 점차 증가하게 된것. 13,14일의 체신기금의 회수도 정부의
통화환수의지의 반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따라 회수채수익률이 15%까지 치솟으며 기업어음(CP)등 단기자금수요도
크게 늘고있어 시장자금사정이 쉽게 풀리지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가들은 주식을 팔고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1000포인트를 기준으로 사자 팔자세력이 혼조를 보였던 주식시장이
일단 팔고보자는 투매사태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설날이 가까워질수록 장세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폭락세를
가져온 요인으로 꼽을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중자금경색에의 우려와 함께 기업공개,유상증자등
공급물량의 확대도 투자자의 불안을 증폭시켰다고 설명한다.

주가가 지난 11월을 고비로 하락세를 보이고있는데 전년대비 34~68%까지
크게 늘어난 공급규모는 시중자금위축등 수요측면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투자가들은 보고있다.

안정을 강조하는 정부정책을 볼때 상당기간 주가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한 세력이 매도세에 가세,폭락세를 빚었다고 볼수 있다.

한마디도 부동산실명제,외국인한도확대,96년부터 실시한 금융종합과세등
장기적인 호재가 금융긴축등 당장 펼쳐지는 악재에 희석되며 폭락장세를
빚었다고 볼수 있다.

< 이익원기자 >

<장내요인>

최근 증시 침체는 자신감을 상실한 일반투자자들과 매수여력이
위축된 기관투자가들의 합작품으로 이해되고 있다.

일반투자자들은 현재 투자대상에 대한 대안부재의 상황속에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게 시장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올 한해동안 회사채를 포함해 기업공개 유상증자 공기업민영화등으로
공급될 33조규모의 물량중압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블루칩들은 이제 심리적 위기조성 요인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기관투자가들의 장세개입이 그어느때보다 절실하지만 이들의
장세개입강도를 결정지을 수 있는 열쇄라고 할수 있는 시중 유동성은
더욱 불투명한 상태이다.

통화긴축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분명해
지면서 돈 줄을 옥죄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화긴축<>금리상승<>주가하락<>대안을 찾지 못한 일반투자자들의
동요<>일반투자자들의 투매성 매물,위축된 기관매수세<>주가대폭락의
연결고리가 차단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올들어 주도주가 탄생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약 신물질개발주,건
설등 중저가 대형주,증권및 우선주,블루칩,지방은행주등으로 매수세가
빠르게 옮겨다니는 것도 안주할 곳을 찾지 못하는 증시 내부의 투자심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지지선 역할이 기대되던 1,000포인트대가 무너짐에 따라 투자자들의
추가매수세가 주춤해진 것도 폭락장세에 적지 않은 심리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박기호기자 >

<향후전망>

연초장세에 대한 기대감도 아랑곳없이 폭락사태를 빚어낸 주식시장이
조만간 회복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않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곳곳에 도사린 악재들이 한데 어울려 국내 주식시장을
강타했다는 점에서 현상황을 헤쳐나가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증권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회복을 위한
꾸준한 시도가 이뤄지며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추가하락의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진투자증권의 유인채전무는 "기본적으로 약세기조를 보이고 있는
우리시장에 국내외여건이 악화되면서 연초장세가 마치 수급불균형이라는
함정에 걸린 듯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상장기업들의 내재가치로 보아 현주가는 내릴 만큼 내린 상태여서
앞으로 차츰 회복되겠지만 이같은 함정을 걷고 상처를 치유해 나가려면
상당한 기간조정이 예상된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통화긴축과 국제금융시장의 강타를 받을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장세도 그만큼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엄길청한국증권리서치소장도 "이미 주식시장이 자생력을 잃은 상황"이라면
서 "시장의 충격이 워낙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주가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보름앞으로 다가온 설날자금수요와 맞물려 정부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한 추가하락에 대한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전망이다.

국내외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선 "주식시장이 장기상승국면이어서
대규모 물량공급도 충분히 소화될것"이라는 정부의 인식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물량공급문제는 국내외 여건이 안정된 이후에나 거론돼야 할것이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주식시장의 투매를 방지하고 자금시장에서의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위기관리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는게 엄소장의
주문이다.

향후 시장의 흐름도 통화장세가 이어지는한 각종 테마주를 벗어나
기업들의 금융수익과 금융부담이 투자판단의 새로운 지표로 부각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한 일반투자자들도 당분간 무리한 투자는 자제해야 할것으로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 손희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