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페소화폭락사태로 국내 금융기관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페소화폭락이 멕시코채권과 주식값 하락으로 연결되자 멕시코채권등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은행 종금사등 국내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멕시코유가증권은
주식은 없고 채권만 대략 1억~2억달러어치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 채권을 당장 시장에 내다 판다고 가정하면 채권값이 떨어진 만큼(현재
까지 약40%)손해를 볼수밖에 없다.

채권보유규모가 1억달러라면 4천만달러를, 2억달러라면 8천만달러를
손해보는 셈이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멕시코정부채나
국공채등은 대부분 페소화로 표시된게 아니라 달러화로 표시된 것이어서
당장 팔지만 않는다면 현실적인 손해는 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채권이 달러화로 표시된 일종의 "유로본드"인 이상 만기가 되면
액면가를 달러화로 받을수 있어 현실적인 손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단지 채권을 보유하기 위해 매입한 것이 아니라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매입한 만큼 중도에 돈을 회전할수 없는 것이 눈에 나타나지 않는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멕시코채권을 시장에 내다팔지 않는다면 당장의 손해는
우려할만한게 아니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구자용상업은행상무는 "유로본드란 만기가 되면 액면가를 달러화로 지급
받는 채권이다.

따라서 페소화가치하락에 관계없이 투자금액을 충분히 회수할수 있다.

결산때 발생하는 평가손이 문제일 뿐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소화폭락사태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경우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컨대 지난80년대 초반같이 멕시코정부가 지급불능(모라토리움)을 선언해
버리고 모든 채권의 가격과 만기에 대해서 재조정(리스케줄링)하자고
나온다면 채권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변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외국투자자들도 이 점을 우려, 손해를 보면서까지 멕시코
채권을 내다 파는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멕시코정부가 장기적으로 지급불능사태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신외환은행외화자금부장은 "최근의 페소화폭락사태가 멕시코경제악화로
인한 것이 아니라 페소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려는 과정에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미국등 선진국이 개입에 나서고 있는 만큼 극단적인 상황은
없을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등 금융기관들은 페소화폭락사태로 인한 당장의 손해는 없다고
하더라도 해외채권에 대한 투자전략을 재정립려는 계기로 삼으려고 애쓰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멕시코채권투자에 적극 나서게 된것은 지난해.

지난 93년 한 시중은행이 멕시코채권투자로 톡톡한 재미를 본것으로
나타나자 은행 종금사 투신사등은 앞다투어 멕시코채권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뚜렸한 예측도 없이 한 시중은행의 "재미"에 자극받아
채권투자에 나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즉 일종의 과학적인 전략에서가 아닌, 주먹구구식 채권투자가 현재의 상황
을 낳았다는 지적이다.

은행등 금융기관들은 따라서 앞으로 각 나라의 경제현황과 전망, 세계경제
동향등을 중시해 투자전략을 정해야 할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따라 조흥은행이 13일 국제본부를 만들고 외환은행이 자본시장부를
신설하는등 해외유가증권투자를 과학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결국 페소화폭락사태가 은행등 금융기관에 큰 손해를 안겨줄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되겠지만 금융기관들의 근시안적이고 섣부른 해외유가증권투자
관행에 경종을 울려준 것만은 분명하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