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서류/어음맡긴 기업 책임"..채무부존재 상은 승소 의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1일 선고된 희성철강과 상업은행간의 채무부 존재확인소송 사건은 중소
기업과 금융기관간의 대출관련 관행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자금난에 허덕이는 일부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받는 조건으로 금융
기관이 자금회전에 이용할수 있도록 대출관련 서류와 어음을 아예 맡겨
왔던게 사실이다.
금융기관은 대출을 해주는 대신 이같은 서류와 어음을 이용, 자금을 회전
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여수신고를 높이는 데 사용해 왔다.
이번 판결은 이런 과정에서 금융사고가 날 경우 대출서류와 어음을 몽땅
맡긴 기업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규정지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그러나 일부 중소기업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금융기관간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중소기업의 현주소를 완전 무시한 것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이 소송은 지난 92년 11월 전상업은행 명동지점장이던 이희도씨가
자살하면서 비롯됐다.
쟁점은 이씨가 희성철강의 대출관련서류와 어음을 근거로 대출을 받아
개인용도로 유용한 돈 50억원이 희성철강이 갚아야 할 돈인가 아니면
이씨의 사용자인 상업은행의 책임이냐 하는 것.
재판부는 희성철강이 대출관련서류와 인감, 백지어음을 자살한 이씨에게
건넨것은 일종의 알몸을 맡긴 것으로 해석, 유용금 50억원은 희성철강의
채무라고 결론 지었다.
재판부는 희성철강이 월말 여수신고를 높이기 위해 긴급 대월을 일으킬 수
있도록 긴급대출 관련서류 등을 달라는 이씨의 요청을 받아들인 점을 먼저
지적했다.
당시 희성철강은 운영자금이 필요했고 이씨가 대출서류 등의 제출을 요청
하자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이에 적극 호응했다는 것이다.
희성철강은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이같은 일은 흔히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이씨가 희성철강을 속이고 대출서류를 개인용도로 사용한
만큼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동안 희성철강과 이씨간에는 여러차례에 걸쳐 긴급대출을
맡기는 방법으로 대출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희성철강이 이씨의 편의를
적극적으로 봐준 것 일뿐 속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희성철강은 특히 사고가 나기전인 90년 신규공장 건축자금 50억원을
이씨에게 부탁한 상황이었고 운영자금도 확보해야 할 상황이어서 이씨의
긴급대출약정을 거부할 수 없었다며 강박성을 주장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재판부는 또 50억원을 손에 쥐지도 못했으므로 채무가 없다는 희성철강의
주장에 대해 "비록 50억원을 이씨가 유용한 것은 사실이나 대출관련서류
등을 넘겨준 것은 대출금의 수령권한도 아울러 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와함께 이씨의 사용자인 상업은행의 책임이 없다는 재판부의 설명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씨의 대출 자체는 희성철강의 대출서류를 근거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이상 상업은행측에 이씨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일부 변호사들은 이번 판결결과에 대해 희성철강에만 1백% 책임을 물은
것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상급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 지 관심거리이다.
<고기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2일자).
기업과 금융기관간의 대출관련 관행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자금난에 허덕이는 일부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받는 조건으로 금융
기관이 자금회전에 이용할수 있도록 대출관련 서류와 어음을 아예 맡겨
왔던게 사실이다.
금융기관은 대출을 해주는 대신 이같은 서류와 어음을 이용, 자금을 회전
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여수신고를 높이는 데 사용해 왔다.
이번 판결은 이런 과정에서 금융사고가 날 경우 대출서류와 어음을 몽땅
맡긴 기업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규정지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그러나 일부 중소기업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금융기관간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중소기업의 현주소를 완전 무시한 것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이 소송은 지난 92년 11월 전상업은행 명동지점장이던 이희도씨가
자살하면서 비롯됐다.
쟁점은 이씨가 희성철강의 대출관련서류와 어음을 근거로 대출을 받아
개인용도로 유용한 돈 50억원이 희성철강이 갚아야 할 돈인가 아니면
이씨의 사용자인 상업은행의 책임이냐 하는 것.
재판부는 희성철강이 대출관련서류와 인감, 백지어음을 자살한 이씨에게
건넨것은 일종의 알몸을 맡긴 것으로 해석, 유용금 50억원은 희성철강의
채무라고 결론 지었다.
재판부는 희성철강이 월말 여수신고를 높이기 위해 긴급 대월을 일으킬 수
있도록 긴급대출 관련서류 등을 달라는 이씨의 요청을 받아들인 점을 먼저
지적했다.
당시 희성철강은 운영자금이 필요했고 이씨가 대출서류 등의 제출을 요청
하자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이에 적극 호응했다는 것이다.
희성철강은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이같은 일은 흔히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이씨가 희성철강을 속이고 대출서류를 개인용도로 사용한
만큼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동안 희성철강과 이씨간에는 여러차례에 걸쳐 긴급대출을
맡기는 방법으로 대출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희성철강이 이씨의 편의를
적극적으로 봐준 것 일뿐 속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희성철강은 특히 사고가 나기전인 90년 신규공장 건축자금 50억원을
이씨에게 부탁한 상황이었고 운영자금도 확보해야 할 상황이어서 이씨의
긴급대출약정을 거부할 수 없었다며 강박성을 주장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재판부는 또 50억원을 손에 쥐지도 못했으므로 채무가 없다는 희성철강의
주장에 대해 "비록 50억원을 이씨가 유용한 것은 사실이나 대출관련서류
등을 넘겨준 것은 대출금의 수령권한도 아울러 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와함께 이씨의 사용자인 상업은행의 책임이 없다는 재판부의 설명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씨의 대출 자체는 희성철강의 대출서류를 근거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이상 상업은행측에 이씨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일부 변호사들은 이번 판결결과에 대해 희성철강에만 1백% 책임을 물은
것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상급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 지 관심거리이다.
<고기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