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이 입문할때부터 골프채를 놓을때까지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슬라이스"일 것이다. 슬라이스는 "방향 나쁜 볼의 대명사"격이다.

실은 구질을 나타내는 수많은 골프용어의 하나일 뿐인데 워낙 골퍼들의
볼이 슬라이스방향으로 많이 나가니까 그런 이미지가 굳어진듯하다.

그러면 슬라이스는 도대체 무엇이고 어떤 원리로 발생되는 것일까.

슬라이스는 한마디로 "볼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구질"이다. 골퍼들은
목표를 향해 볼을 친다. 당연히 그 볼은 목표를 향해 똑바로 나가는 것이
전제이다.

그러나 둥근볼은 그 둥글다는 속성으로 인해 똑바로 나가는 것보다는 휘는
경우가 더 많이 나타난다.

그 휘는 방향은 초심자의 경우 오른쪽이 되는게 일반적이고 그런 슬라이스
성 구질이 툭하면 골퍼를 괴롭힌다.

<>.볼과 클럽헤드가 정면으로(골프용어로는 스퀘어)접촉하면 원리상으로
볼은 직선방향으로 나가게 마련이다.

둥근볼의 한 가운데와 클럽헤드의 타면(헤드 페이스)이 직각으로 접촉하고
그런 접촉순간(골프용어로는 임팩트)헤드전체의 방향도 목표를 향하면 볼은
똑바로 나갈 수 밖에 없다.

볼이 휘는 것은 볼과 클럽헤드가 비스듬히 접촉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비껴맞는 것이다. 비껴 맞는 것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클럽헤드의 운동방향 자체가 목표와 일직선상이 되지 못하고 밖에서
안으로,또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나가는 대각선형태가 되면 볼은 비껴
맞게 된다.

또 클럽헤드의 운동방향이 제대로 됐더라도 헤드페이스자체가 삐뚤어진
상태로 볼과 접촉하면 그것도 비껴맞는 셈이 된다.

<>.슬라이스는 임팩트순간 클럽헤드의 운동방향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형태가 되며 헤드페이스가 열리기때문에 발생하는 구질이다. 스윙이 임팩트
순간 "아웃사이드-인"형태가 돼 볼을 치면 원리상으로 그 볼에는 오른쪽으로
도는 "스핀"이 걸린다. 이는 팽이를 돌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채찍을 오른쪽에서 치면 팽이가 오른쪽으로 도는 스핀이 계속 걸리며 돌고
도는 것이다.

클럽페이스의 경사(로프트)에 의거,볼은 떠 나가지만 오른쪽으로 도는
스핀때문에 날아가던 볼은 어느 싯점부터인가 스핀의 방향대로 휘게된다.

종합하면 슬라이스란 "클럽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며 볼과 접촉,오른쪽
으로 도는 사이드스핀이 볼에 걸려 그 스핀때문에 오른쪽으로 휘는 구질"을
뜻한다. 슬라이스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위의 형태가 가장 흔하다.

인간의 심리상 볼이 어떻게 나가는가가 궁금해서 임팩트이전에 볼을
보겠다고 머리를 들면 스윙구조상 클럽헤드의 운동방향이 "아웃-인"이
된다.

그와같은 갖가지 원인으로 볼은 휘고 골퍼들은 "그거 이상하네"하며
머리를 싸맨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