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기를 사용해본 사람치고 용지가 걸려 고생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도리코 기술연구소의 이병백부장(38)은 용지걸림을 없앤 복사기를
개발한인물이다.

용지가 원천적으로 걸리지 않지만 걸려도 자동으로 제거되는 차세대
복사기.그것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해냈다.

신도리코는 지난해 7월부터 이 복사기를 판매하기 시작,6개월동안
6천대를 팔았다.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이부장의 어깨도 으쓱할 만하다.

이부장이 이 복사기를 개발한데는 남다른 비결이 있었다.

15명으로 구성된자존심 센 연구원들의 제안을 한번도 흘려듣지 않은
것이다.

용지걸림이 없는기능을 추가하면 기계수명이 짧은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공학도인 그에게도 상식적인 얘기였지만 연구원들의 이 복사기의
개발제안을 과감히 받아 들였다.

그리고 해냈다.

기초기술은 적지만 기존 기술을 응용,일본의 제품기술력보다 반발짝만
앞서자는게 그의 신조다.

선풍기 세탁기등 각종 가전제품에서 맹위를 떨치던 퍼지이론을 복사기에
적용한 것도 "한국적 아이디어"만을 고집하는 집념의 결과다.

용지걸림을 없앤 복사기를 개발하자 합작선인 일본의 리코사가 이 기술
을 도입할 것을 검토할 정도여서 이부장이 강조하는 한국적 아이디어는 빛
을 보기 시작한 셈이다.

이부장이 이끄는 연구4팀의 복사기 기술목표는 4가지다.

용지걸림 폐토너 오존 소음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한가지는 개발했고 나머지는 과제로 남아있다.

이부장은 "WTO체제 출범은 세계에서 제일 좋은 제품만 살아남는
것을 의미하는게 아니냐"고 반문하며 복사기부문은 시장이 열려도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