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경영정보의 보안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신규 시장참여업체들이 기존 업체의 인력을 스카웃하면서 신제품
관련 핵심기술을 빼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외국 해커들이 국내
연구기관의 전산망에까지 침입,경영정보의 일부를 파괴시키거나 복사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삼성그룹의 승용차인력 스카우트와 외국 해커의 전산망
침입,경쟁사생산공장의 무단사진촬영등의 각종 정보분쟁이 빚어지자
사내의 대외비자료와 핵심기술등이 새어나가지 않기위해 "문단속"에
나서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삼성이 승용차사업 진출과정에서 자동차부문 핵심인력
2백여명의 가정이나 사무실에 일일이 전화,사내 주요 사업내용을 물었다"
고 주장하고 핵심인력의 이탈방지와 함께 설계도면및 전산디스켓의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측은 "쏘나탐 의 원가분석자료를 포함한 다수의 비밀이
삼성에 흘러가 이중 일부의 관련자료가 현대로 되돌아오는 경우까지
있었다"면서 "20여년동안 쌓아온 판매관리시스템등의 노하우가 이미
삼성에 넘어갔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는 이처럼 삼성의 승용차사업 진출과 관련한
정보유출사례가 빈발하자 사전에 약속하지 않은 사람의 사내 출입을
금지시키고 특히 디자인실및 엔진개발실등은 아예 개발전담팀외의
사내 직원마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한국중공업은 지난달 중순 발생한 삼성측의 사내 시설물무단촬영사건을
계기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일단 사내에 진입한 협력업체 직원마저
방문목적외의 활동을 자제토록 하고 있다.

금호그룹도 부속실및 기획부서에 세절기(종이분쇄기)를 비치,하룻동안
사용한 종이를 퇴근전에 분쇄토록 하고 있다.

첨단산업기술이 외부로 빠져나갈때 경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전자업체들의 보안강화 활동이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전자는 전자업체들의 정보수집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종 신제품
개발등의 경영정보유출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사내에 산업스파이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디스켓파괴시스템을 도입했다.

현대전자는 야간을 이용한 사내 기밀유출을 방지하기위해 밤 10시
이후의 보안순찰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각 사무실의 보안상태를
불시점검,부서별로 등급을 매기며 외부인의 사업장 방문시 정문면회실
외에는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금성사는 임직원들의 말한마디에 수십억원,수백억원씩 투자한 기술개발
노력이 허사가 되기 일쑤라고 보고 신입사원및 부서담당자 실무자 협력사
직원 납품업자등을 상대로 보안교육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인원의 출입을
통제하기위해 예약방문제를 실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흥공장 전산실의 출입문에 디스켓 파괴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을 비롯 각 사무실 출입문에 ID카드 보안기장치설치및 정보등급제
실시등의 보안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해커들의 전산망침입사례가 자주 일어나자 삼성전자는 사내
통신망에 해커침입 방지용 장치를 설치했다.

또 포항공대의 해커침입 사태를 겪은 포철의 경우 시스템및 통신만
구축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계열사인 포스데이타를 통해 사내 정보유출
방지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포스데이타 관계자는 "해커의 침입을 막기위해 부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의
비밀번호를 바꾸는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무의미한
노력"이라면서 "중요한 정보는 데어터베이스 구축에서 제외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럭키금성그룹의 통신망 구축을 추진해온 에스티엠(STM)은 미국 국방부
에서 사용하는 자료취급통제 소프트웨어인 ACF2를 사용,비밀번호를
모르는 해커가 6번이상 틀린번호를 입력할 경우 자동적으로 시스템이
끊어지도록 하고 시스템의 중요도에따라 이용자를 제한하는등 데이터
접근을 통제하고있다.

그러나 이 방법도 "능력이 뛰어난"해커의 침입을 막는데는 역부족이라고
STM 관계자는 말했다.

이밖에 금성사와 삼성전자는 사내에 "당신의 말한마디에 허물어지는
기술노력""말조심 행동조심 회사정보보호하자"등의 표어를 부착하고
월간회보에 보안사례를 게재하는 방법으로 보안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김영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