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계업체들이 다른 국내기업이 이미 기술제휴관계를 맺고있는
일본업체들과 "겹치기"로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했거나 추진하고있어
관련업체들의 반발을 사고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중공업은 지난달말 기아기공이 가와사키중
공업과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한 32비트급 최신형 산업용로봇 UX시리즈
3개기종에 대해 지난15일 다시 가와사키측과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중공업도 가와사키중공업으로부터 굴삭기용 각종부품류를 구매
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이회사에 동명중공업이 이미 기술도입계약을 체
결한 상태인 굴삭기용 유압펌프에 대한 기술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것
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중공업은 일본NTC사와 기아기공과의 기술도입계약이 내년
2월말로 만료되는 공작기계 전용기의 기술도입도 추진하고있다.

이에대해 기아기공의 한관계자는 "대우중공업이 가와사키와 계약을
체결하기전에 이를 재고해 줄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관계자는 "가와사키와는 국내비독점을 조건으로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해 대우중공업의 이번계약체결이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으나
국익에 도움이 되지않는 점을 감안,계약이 체결된후 상공자원부에 곧
바로 이의를 제기,기술도입신고서 수리여부를 주시하고있다"고 밝혔
다.

대우중공업이 기술을 도입할 산업용로봇은 가와사키중공업이 올해
주력기종으로 개발한 수직 다관절 용접및 핸들링로봇으로 군산종합자
동차공장에 설치될 자동차생산라인에 투입될것으로 알려졌다.

동명중공업도 가와사키로부터 삼성중공업과의 기술도입계약 체결을
양해해 달라는 제안를 전달받은후 삼성중공업에 항의의사를 표시하고
상공자원부에 계약체결을 막아 줄것을 요청하는등 크게 반발하고있다.

이회사의 한관계자는 "삼성중공업 실무자로부터 기술도입을 추진중인
품목은 유압펌프의 핵심인 로터리부품을 제외한것으로 아직 협상을 진
행중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고 "업계에서 건설중장비 부품의 공용
화를 추진키로한 상황에서 대형업체가 부품전문제조업체의 해외파트너를
뺏으려하는것은 도의에 맞지않는일"이라고 주장했다.

< 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