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파뉴 남부 아비제로 향하다넓게 펼쳐진 포도밭에 태양이 솟아오른다. 대지가 연녹색으로 달궈지고 농익은 포도들이 한 송이, 한 송이 농부들의 손에 쥐어진다. 수확 마지막날 샹파뉴 전 지역이 분주했다. 샹파뉴 북부지역 랭스에서 차를 몰아 남부 지방 아비제로 향했다. 샹파뉴 북부에 위치한 랭스가 적포도 피노누아의 왕국이라면, 샹파뉴 남부 지방의 아비제는 화이트 와인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청포도 샤르도네의 성지다. 포도가 자라나는 토양, 기후, 지형, 환경종의 다양성을 통틀어 떼루아(Terroir)라고 하는데, 아비제의 떼루아는 신이 선물했다고 할 정도로 완벽한 앙상블을 자랑한다. 이곳의 순수한 백악질 토양은 샴페인이 풍부한 표현력을 가질 수 있도록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아비제와 함께 크라망(Cramant), 오제(Oger), 르 메스니 쉬르 오제(Le Mesnil-sur-Oger), 슈이리(Chouilly) 등이 그랑 크뤼(Grand-Cru, 최상위 등급의 포도밭)에 속하며, 에페르네 남쪽에 위치한 이 지역을 통틀어 '꼬뜨 드 블랑(Côte des Blancs: 흰색의 언덕)’이라 한다.가족 사업 기반으로 레꼴땅 마니퓰랑 샴페인의 표본 만들어 혁신적 샴페인 메이커 앙셈 셀로스가&n
도스토옙스키는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라는, 형식은 소설이나 사실상 보고서라 할 만한 독특한 글을 남겼다. 여름의 유럽 여행 인상기를 겨울의 러시아에서 써 내려간 것이다. 물론 그 내용은 서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유럽’으로 대표되는 근대 문명을 고약하게 꼬집어 내려가면서 러시아의 사명을 강조하는 비판서라 볼 수 있으니까. 아무튼 그가 유럽 여행을 통해 러시아를 실감하듯 내가 이 야자수의 나라 브라질에서 본 그림의 작가는 자작나무의 나라 핀란드에서 본 또 다른 그림의 한 작가를 떠올리게 했다. 둘은 지난 세기 초반, 여성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피하지 않고’ 그린 화가였고 각자의 나라에서 ‘뭉크’라고 불렸다.상파울루 대학 현대미술관(MAC-USP)은 모딜리아니, 샤갈, 피카소, 미로, 칸딘스키, 키리코, 에른스트 등 이름도 화려한 전 세계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지만, 브라질 미술계에 ‘근대’를 선언함과 동시에 ‘여성’으로 등장한 아니타 말파치의 존재는 저 모든 위대한 예술가들의 이름을 잠시 커튼 뒤로 물리게 한다. 그의 자화상 <바보>(1916)를 보자.치켜뜬 눈에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여 있다. 약간 뒤틀린 코의 위치에서는 자조적 요소가 묻어난다. 강렬한 노랑과 빨강과 초록의 과감한 사용은 자아와 세계의 팽팽한 대결을 말하는 듯도 하다. 불규칙적으로 쓰인 검은 윤곽선이 이러한 긴장을 배가시킨다. 아니타 말파치는 브라질 모더니즘 1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1922년 '현대 미술 주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작품을 선보였다. 1889년 12월 2일 상파울루에서 태어났는데 어머니는 독일계 미국인 화가
프랑스 벨 에포크(Belle Epoque)의 가장 위대한 비극 여배우19세기 말 프랑스 연극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Sarah Bernhardt, 1844 - 1923)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그 당시 여자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 순회공연을 떠난 최초의 국제 슈퍼스타였다. 미국 텍사스 순회공연에서는 전석이 매진되고 그녀의 팬들이 말을 타고 수백 킬로미터를 여행하여 극장에 도착하기도 했으며 극장 밖에서 기다리고 그녀가 타고 가는 마차를 쫓기도 하여 무장한 카우보이들이 공연장을 지킬 정도였다고 한다.사라 베르나르는 수많은 연극 무대에서 거의 60년을 그리스와 로마 신화의 여주인공, 여왕, 공주, 성녀 때로는 햄릿 같은 남자의 역할로 열정적인 연기를 보이고 심지어 다리 절단 수술 후에도 앉아서 공연하기도 했다.사라 베르나르는 '신성한 여인', '극장의 황후'라는 닉네임으로 불렸으며,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 Hugo)는 연극 무대에서 열정적인 그녀의 모습을 보고 <황금의 목소리>라고 찬양했으며 프랑스 예술가 장 콕토(Jean Cocteau)는 연극 영화계에 '신성한 괴물'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는데 물론 이는 그녀를 일컬었던 말이었다.관이 놓여있고 원숭이와 카멜레온, 악어들이 산책하는 집벽이 검은색 새틴으로 드리워진 파리의 그녀 집에는 빅토르 위고가 선물한 인간의 두개골이 전시되어 있고, 당시 귀족 사이에 유행하던 이국적인 동물을 애완동물로 기르고 있었다. 1879년 런던에서의 첫 번째 공연 여행에서 원숭이를 시작으로 그녀는 서커스에서 카멜레온 일곱 마리, 늑대개, 사자, 퓨마 같은 동물을 파리의 집으로 데려와 키웠다. 심지어 파티에서 악어 '알리 가가(Ali Gaga)'는 샴페인을 너무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