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중 하나는 한솔제지의
동해종금 공개매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개연성에만 근거해 움직였던 M&A(기업매수합병)
관련종목군이 현실성있는 테마로 떠올랐다.

M&A란 대상기업을 합쳐 단일회사가 되는 합병과 경영권획득을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매수를 함께 부르는 말.크게 우호적 M&A와 적대적
M&A로 나뉜다.

우호적 M&A는 대상기업의 대주주와 합의하에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최근 해태그룹의 인켈인수를 들 수 있다.

한솔제지건 이전까지 M&A는 모두 우호적인 방법이었는데도 주가영향력은
매우 컸다.

현대증권이 테마종목군별로 올 한햇동안 주가상승률(6일종가기준)을
조사한 결과 한주전자 북두등 M&A관련주들은 흑자전환기업(2백21.4%)
신기술 신제품개발주(1백77.7%)자산주(1백53.1%)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상승률(2백43.6%)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것은 역시 인수대상기업의
대주주의사와 상반하는 적대적 M&A로 볼수있다.

방법은 장내시장을 통한 주식매집과 장외에서의 주식공개매수가 있다.

장내시장을 통한 주식매집은 거래법 200조(일반인의 상장사주식 소유
제한)가 폐지될 때까지는 불가능해 적대적 M&A는 주식공개매수방법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전문가들은 95년 주식시장에선 M&A가 최대이슈가 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첫째로 증권거래법 200조 폐지가 임박했다는 점을 든다.

증권당국에선 최근 97년1월로 예정된 폐지시한을 96년으로 앞당길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제일증권은 95년에 대주주들의 지분확충과 자사주취득쪽의 수요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둘째 우리경제가 성숙단계에 접어들었고 기업들이 사업재구축을 활발히
함에 따라 기존기업의 인수를 통한 사업다각화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번째로는 금융산업개편과 정부지분매각을 통한 공기업민영화도
M&A바람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95년 상반기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정부지분매각,금융전업가제도의 구체화
와 함께 은행 증권 투금등 금융주전반이 M&A태풍권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한솔제지의 동해종금 인수가 큰 마찰없이 이뤄진 것도 95년에
M&A가 활성화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그러면 어떤 기업이 M&A대상이 될까.

한신경제연구소 이충식 기업분석실장은 먼저 자본금이 1백50억원이하
수준으로 적고 대주주지분도 15%를 밑돌정도로 낮으면서 주당자산가치가
높은 기업들이 유망하다고 말한다.

한국폴리우레탄 유유산업 신일산업 수산중공업 새한전자 한국KDK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공익법인이 지배주주인경우 공익법인의 의결권행사가 억제되면
제2대주주간의 경영권확보를 위한 지분경쟁이 예상된다.

유한양행 일신석재 세일중공업 일성종건등이 이런 기업들이다.

한외종금 새한종금등 정부지분매각 예정기업들에 군침을 흘리는
기업들도 많다.

또 대주주들이 과점체제인 동해펄프 데이콤,대주주지분율이 낮고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항도 대구 울산 삼삼투금등도 M&A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실장은 이들 기업에서 실제로 모두 M&A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M&A설이 나오면 작전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전기통신법 개정으로 데이콤경영권인수경쟁이 연초부터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95년 증시가 M&A돌풍으로 시작될 가능성도 큰 셈이다.

< 정진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