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체 사장인 K씨(46)는 날이 갈수록 "골프"라는 스포츠에
감탄하고 있다.

비지니스적 측면에서 그는 골프를 통해 막힌곳이 뚫리고,궁금한 점을
알게 되고,폭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등 사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구력 5년의 K씨는 어느날 사무실 인근의 C은행지점장과 커피를 한잔
했는데 그 자리에서 지점장이 제안했다.

"지난 일년간 저하고 골프를 몇번 치셨는데 왜 은행돈을 쓰지 않으십니까.
물론 은행돈이 필요 없을 정도로 사업이 견실하다는 것은 저도 압니다.

그러나 사업을 키우고 또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서 거래실적을 쌓아
놓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가 "어음 한도"를 드릴테니 활용을 하세요"

또 이런일도 있었다.

어떤업체와 "거래를 할까 말까"망설이던차 그회사 사장과 골프를 치게
됐다.

골프를 치면서 보니 그회사사장의 매너가 아주 깨끗했고 또 인간성에
신뢰감도 갔다.

그 회사사장은 골프약속 당일 새벽 보름여에 걸친 해외출장길에서
돌아오자마자 골프장으로 나왔다.

당연히 샷은 엉망이었는데 그래도 얼굴이 굳어지지 않고 오히려 먼저
농담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예방했다.

여러상황을 종합,K씨가 사업관계를 맺은 것은 불문가지이다.

K씨는 직원들에게도 골프상식을 주입시킨다.

납품처인 대기업임원들과의 라운드에서 K씨가 "요즘 채산성이 너무
빡빡해요"라는 식으로 분위기만 전달하면 그 다음은 직원들이 푼다.

직원들이 그 기업으로 가 "지난번엔 버디를 2개나 잡으셨다면서요"하고
얘기를 시작하면 대개의 경우 "긍정적 결재"가 떨어진다나.

<>.이같은 흐름은 물론 K씨의 골프가 "제대로 된데"있다.

K씨는 골프입문시절부터 친척인 P씨로 부터 혹독한 매너교육을 받았고
모나지 않는 골프를 몸에 익혔다.

은행지점장의 제안도 아마 골프를 통해 느낀 K씨의 됨됨이를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골프는 상대방과 최소 7시간을 같이 보낸다.

라운드전 커피 또는 식사를 하고,4~5시간동안 온갖 해프닝속에 플레이를
하고,그다음 같이 샤워하고, 마지막으로 이얘기 저얘기하며 맥주도
마신다.

그 과정에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면이 드러 날수 밖에 없으며 인간적으로도
가까워 질수밖에 없다.

골프대화를 마다하는 골퍼도 없는 법으로 어떤 서먹한 관계도 골프얘기를
계기로 풀어지게 마련이다.

골프는 또 "만나기 힘든 사람 만나는데"도 그만이다.

술한잔 하자면 절대 "노"를 하는 사람도 골프치자면 "노"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술은 "접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골프는 "더불어 즐기는 운동"
으로 생각한다. 접대라 치더라도 "받아도 되는 접대"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골프를 비지니스스포츠라 하는 것은 다 이같은 속성에 연유한다.

< 김흥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