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할부금융에 가장 먼저 눈뜬 곳은 자동차업계다.

자동차회사들은 목돈이 없어 자동차를 당장 구입할수 없는 고객들에게
할부방식으로 돈을 빌려줘왔다.

자동차회사들은 선수금만 받고 자동차를 내준후 일정기간동안 월별로
나눠 판매대금을 회수하고있다.

현대 기아 대우 쌍용자동차등은 할부금융방식으로 많은 자동차를 판매
하고 있다.

자동차분야에서만큼은 이미 할부금융이 도입된 상태다.

그런데 국내자동차회사들이 최근 너나없이 할부금융전담회사를
설립했다.

현대오토파이낸스 기아오토파이낸스 한국할부금융(대우) 쌍룡파이넌스
등이 자동차회사들이 설립한 할부금융회사들이다.

이미 할부금융을 하고있는 자동차회사들이 할부금융전담회사를 설립한
까닭은 단순하다.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서는 신제품개발과 기술개발 제품생산만 맡아야지
금융까지 부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제조업과 금융업을 한꺼번에 맡는것은 경쟁력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동차회사들이 판매확대를 위한 금융에 신경을 써야할 경우 그만큼
기술개발과 시설투자에 대한 여력이 줄어들게된다.

또 할부금융에 대한 노하우를 갖는 금융기관이 있어야 효율도 높아진다.

할부금융업에 대한 인가기준이 없어 자동차회사에서 편법으로 실시해온
할부금융업무가 전담회사로 넘어가야한다는게 자동차회사들의 주장이다.

현대자동차써비스가 출자한 현대오토파이낸스는 지난17일 자본금규모를
1백56억에서 2백50억원으로 늘렸다.

지난93년12월 설립된 이회사는 현재 20명의 인력을 확보,할부금융업을
준비하고있다.

현대오토파이낸스는 현대자동차의 매출채권에 대한 팩터링업무를 하고
있으며 정부의 할부금융인가기준이 나오는대로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대우자동차판매가 올해2월 설립한 한국할부금융도 2백억원의 자본금
범위내에서 대우자판이 보유하고있는 매출채권에 대한 팩토링업무를
하고 있다.

한국할부금융은 대우자동차판매의 보유채권규모가 2조4천억원에 달해
자동차할부금융만 해도 사업성은 있다고 보고있다.

또 대우전자의 고가가전제품에 대한 할부금융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할부금융은 현재 5명이 근무하면서 할부금융업 준비를 하고있다.

기아오토파이낸스와 쌍용파이낸스 역시 자동차할부금융을 준비중이다.

기아는 오는26일 자본금을 1백2억원에서 2백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쌍용파이낸스는 현재 근무인원 14명외에 21명을 그룹계열사에서 내정,
사업확대준비를 하고있다.

자동차회사 말고는 전자회사들이 할부금융회사들을 설립했다.

금성사는 엘지파이넌스를,아남전자는 아남파이넌스를 통해 할부금융업을
준비중이다.

정부에서는 현재 이들 제조업체의 할부금융회사 설립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제품판매를 위한 금융부담까지 끌어안고서는 경쟁력을
높일수 없다고 보고있다.

제조업체내에 혼재돼있는 금융분야를 떼어내 별도의 회사를 설립토록
하는게 훨씬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이와함께 시장개방으로 인한 외국할부금융회사의 국내진출도 할부금융
전담 회사의 설립을 재촉하고 있다.

외국기업들이 싼 자금을 들여다 할부금융을 제공할 경우 국내상품의
판매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체에 할부금융회사설립을 인가할 움직임을 보이는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어느선까지 할부금융을 인가할 것인가"이다.

정부는 할부금융회사설립의 필요성을 인정하고있지만 이로인한 과소비의
가능성도 우려하고있다.

할부금융에 대한 "업종제한"문제가 남아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자동차회사에 대한 할부회사설립을 인가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이미 할부금융판매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다 미국의
자동차할부금융허용 압력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반면 고가가전제품이나 기타 내구성소비재에 대한 할부금융허용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