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신한투금 소유주인 김종호씨(세창물산회장)와 김덕영씨(두양그룹회장)
부자가 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주식반환청구소송에서 13일 최종 승소판결을
받음에 따라 김씨부자가 지난 86년 잃었던 경영권을 되찾게 됐다.

그러나 제일은행측이 주식은 내주더라도 9년동안 회사를 키운데 대한
대가는 보상받겠다는 차원에서 다시 소송을 낼 채비를 갖추고있어 김씨
부자와 제일은행측의 "다툼"은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고 볼수있다.

이에따라 현재 제일은행출신 임원들의 잡고있는 경영권을 포함,신한투금의
위상이 앞으로 어떻게 정립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대법원에서 김씨부자의 승소판결을 내린것은 지난 86년 이들이 제일은행과
맺은 주식인도 계약이 강압에 의해 현저히 공정성을 잃은 상태에서 이뤄진
법률행위였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판결은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가 85년 국제그룹해체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어느정도 예견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금융기관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보다는
5공정권의 강제적인 부실기업정리를 매듭을 푸는데 적지않은 파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투금은 물론 국제계열사가 아니다.

김종호씨가 양정모전국제그룹회장의 사돈(김씨의 아들 덕영씨가 양 전회장
의 다섯째사위)일 뿐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제그룹과는 별개의 회사인 신한투금을 국제의 부실정리
과정에서 끌어넣은 것은 부당하며 그 과정에서 정부가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은 용인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수 있다.

대법원의 판결은 현 대주주인 제일은행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제일은행은 당장 김씨부자측에서 주식반환을 요구해올 경우 86년 인수했던
1백30만주의 주식을 내주어야 한다. 1백30만주는 싯가(2만1천원)로 환산하면
약 2백80억원이다. 1백30만주를 넘겨줄 경우 제일은행의 지분율은 현재의
37.8%에서 16.9%로 낮아져 2대주주가 된다.

때문에 제일은행 출신인 이성규 신한투금 사장과 서홍배 부사장이 경질될
가능성이 크고 앞으로도 임원배출창구가 줄어드는등 이번 사태가 인사부담
요인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주식을 돌려줘야 하는 입장인 제일은행측도
그냥 앉아서 당할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제일은행은 86년 신한투금을 인수한 것이 자의가 아니라 정부의 권유에
의해서였고 또 인수당시 주식대금으로 83억원을 지불했기때문에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인수당시 자산이 1천6백억원에 불과하던 신한투금을 제일은행의
경영진들이 나가 현재 자산규모를 2조4천5백억원으로 키운 만큼 "양육"에
대한 권리를 보상받겠다며 소송채비를 갖추고 있다.

김씨부자가 신한투금을 고스란히 인수할 경우 2조원이상의 자산을 한푼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갖게 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불로소득인 만큼 제일
은행이 김씨부자가 갖게 되는 부당이득을 제일은행에 귀속시킬 수 있도록
하는 불로소득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다.

대주주가 바뀌게 되는 신한투금은 당분간 영업활동이 위축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부자측에서 선임한 임원들도 일부 신한투금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경영전반을 제일은행출신 임원들이 장악해 왔기때문에
경영스타일의 변화에 내부조직이 변하는데는 어느정도 "시간차"가
불가피한 탓이다.

물론 그동안 회사 정책결정을 놓고 양측 임원간에 옥신각신해왔던 경우가
많았던 만큼 임원진이 한쪽으로 모아지면 오히려 영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신한투금 관계자는 "주식반환 소송때문에 그동안 우선주로 증자를 실시해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대주주 교체가 당분간은 고통
스럽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영에 도움을 줄 것"말하기도 했다.

<육동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