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의 두뇌역할을 하는 CPU중 세계 최고의 성능을 자랑해 온 펜티엄칩이
나눗셈을 틀리게 할수도 있다.

미 인텔사는 지난해 3월부터 올 6월까지 만들어진 수백만개의 펜티엄칩이
수리연산에 있어 소수점 이하 9번째 숫자를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한다고
최근 공식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이후 문제를 수정보완했으며 일반인들은 예전의 칩을
써도 별 문제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동소수점 연산처리부분은 486SX까지는 CPU에
들어있지 않고 별도의 보조 프로세서가 처리했었다.

486DX칩과 펜티엄칩에서 이 부분이 CPU에 포함됐으며 인텔은 이것이
CPU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주장했었다.

"펜티엄"이라는 이름은 인텔이 경쟁자를 따돌리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인텔은 처음에는 80286,80386,80486등 숫자로 칩이름을 붙였으나 AMD
사이릭스등 경쟁업체들이 비슷한 이름을 사용하자 80586부터는 "펜티엄"
이라는 이름을 썼다.

전세계에 보급된 PC 10대중 9대에 인텔칩이 꽂혀있는 상황속에서
인텔은 경쟁사가 비슷한 성능의 칩을 내놓을 때쯤이면 새이름의
칩을 발표했다.

사용자들은 칩들의 행진을 쫓아가기에도 숨이 벅찼으며 진정 나에게
필요한가를 따질 겨를도 없이 새로운 PC를 구입하기에 바빴다.

나눗셈을 못하는 펜티엄은 세계PC시장을 예정된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려고 한 인텔의 무리수가 낳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다.

그러나 이제와서 인텔은 이같은 부동소수점 연산이 일반사용자에게는
별 필요가 없다고 변명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문제의 부동소수점연산을 하는 빈도는 2만7천년만에
한번정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펜티엄의 실수는 새로운 칩개발의 결과라기보다는 시장지배를 위한
전략에서 운나쁘게생긴 셈이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