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수보람은행주식운용실대리(36).

그는 은행에서 "족집게"로 불린다. 이달초 있었던 한국통신주식입찰에서
최저낙찰가(주당 4만7천1백원)를 정확히 맞춰서이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5월 입찰때도 그랬다.

당시 박대리가 써낸 응찰가는 주당 3만5천1백원. 응찰한 기관중에선
낙찰가(주당 3만4천7백원)에 가장 근접한 수치였다.

그러나 박대리가 신금융시대를 이끌어갈 신세대로 꼽히는 것은 단지
"신통력"때문만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신통력은 우연의 일치일수 있다.

박대리 자신도 "운이 좋았던 결과"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중요한건 신통력을 발휘하게 만든 과정이다.

"신통력이라는게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입니까. 모든 정보를 종합한
과학적 분석의 산물일 뿐이죠"

박대리가 강조하는 건 바로 주식투자의 출발점인 "기본적 분석"이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성장가능성을 예측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고객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기관투자가의 펀드매니저는 과학적인
분석없이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해 부화뇌동해서는 곤란하다"는게
박대리의 생각이다.

이러다보니 박대리의 하루는 언제나 빠듯하다.

오전5시 일어나서 밤1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때까지 오로지 주식에만
매달려 산다.

시장이 개장되면 하루평균 2백50억원어치의 매매에 참여한다.

이렇게 그가 움직이는 돈은 총3천3백억여원.나머지 시간엔 언제나
책이나 자료에 묻혀 지낸다.

세계경제상황,국내경제움직임,업종별.기업별 동향,환율및 금리변화,
기관투자가들의 생각등 모두가 탐구대상이다.

이런 노력이 박대리를 족집게로 만들었다.

부도날 회사의 주식을 샀거나 큰 손해를 본 적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일부에서는 투기장으로도 인식되고 있는 주식시장. 이 시장에서 박대리
가 펀드매니저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은 그의 경력과 관계가
있다.

그는 지난86년 당시 한양투자금융에 입사했다.

그후 수습과정을 마친 87년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유가증권투자와 운용
업무에만 종사하고 있다.

무려 8년동안 펀드매니저라는 외길만 걷고 있는 것이다.

한양투금이 은행으로 전환한 지난91년부터는 채권에선 아예 손을
뗐다.

그리곤 주식이라는 한길만 파고 있다.

"은행의 예.대이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대신 유가증권운용이익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펀드매니저의 역할과 보람도 커지고
있습니다"

박대리의 말에서 "앞으로 유능한 펀드매니저로 성장,부장직급을 달고도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영원한 펀드매니저로 남고 싶다"는 그의 바램이
먼나라 얘기만은 아닌 것으로 들린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