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색채의 측면에서 한국적회화의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대규모전시회가 마련된다.

삼성미술문화재단 호암미술관주최로 25일-12월27일 서울순화동 호암갤러리
(750-7859)에서 열리는 "한국미술, 빛과 색 - 94현대한국회화전"이 화제의
행사.

이번전시는 국제화시대를 맞아 한국회화의 세계화가 절실한 시점에서 색과
더불어 살아온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미술속에 잠재해 있는 색의 소재를
역사적으로 밝히고 재정립함으로써 한국미술의 미래를 전망해 볼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출품작은 작고, 원로, 중견작가 26명의 작품 48점.

전시주제인 "한국미술, 빛과 색"의 전체성이 "토착의 윤리"(한국의 고유색
또는 전통색), "안과 밖" "수용과 표출" "빛과 색"등 네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즉 한국미술의 색채를 통시적으로 분류, 다가오는 전자매체시대에 있어서의
색에 대한 인식의 변환등을 살필수 있도록 한 것.

"토착의 윤리"에서는 우리민족고유의 검고, 희고, 붉고, 푸른 색들, 즉
살아 움직이는 색으로서 "토착의 윤리"를 반영한 우리 "땅의 색"의 심상을
포착해 본다.

박수근(1914-1965) 박생광(1904-1985) 이대원(73) 이종상(56) 이만익(56)
황창배(47)의 작품을 통해 우리고유색의 의미를 되살려 보는 것.

"안과 밖-벽의 색"에서는 한 물체와 그의 색이 동일하게 지각되는 표면색이
아니고 어느 물체에도 귀속되지 않는 면색, 어디에도 초점을 집중시킬수
없으며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의 내용이 공백으로 느껴지는 공간을 살펴본다.

벽의 색으로서의 색채를 표현한 곽인식(1919-1988) 정창섭(82) 유영국(78)
김기린(58) 신성희(46) 임옥상(44)등 6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수용과 표출-역사의 색"에서는 한국의 미술가들은 색채를 어떻게 수용하고
표출시키는가를 임직순(82) 이준(75) 방혜자(57) 최욱경(1940-1985) 권순철
(50) 이두식(47) 노정란(46)등의 작품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본다.

모든 색채는 빛을 전제로 했을때 존재한다.

색은 빛을 반사하여 존재하게 되고 빛의 밝음과 어두움에 의해 변화한다.

그러므로 미술가들의 작품은 색을 통해 빛의 존재를 담아내고 있다고 할수
있다.

결국 미술가들에게도 색은 곧 빛을 의미하고 그림속의 색은 "빛으로서의
색"이라고 할수 있다.

"빛과 색"에서는 빛으로서의 색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는 김환기(1913-1974)
김창열(65) 백남준(62) 김봉태(57) 하동철(52) 양주혜(39)의 작품이 전시
된다.

이들의 작품은 형상에 매이지 않은 색채만을 제시하여 빛의 존재를 암시
하고 있다.

이들에서 색은 그대로 빛 그자체이며 우리는 색채속에서 빛을 보고 느낄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