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나 자국기업의 영업활동을 지원하기위해 경제현장을 발로 뛰는
"세일즈맨" 주한외국대사가 늘고 있다.

무역전쟁이 가열되면서 대사들의 주요업무가 정치에서 경제활동으로
바뀌고 있는 것.

입티카르 물쉐드 주한 파키스탄대사는 외교가에서 단연 "비즈니스맨대사"
의선두주자로 꼽힌다.

7천6백만달러상당의 타르벨라댐 확장공사(현대정공),5억달러규모의
"케티반다르"항만 건설(한라건설),이슬라마바드에서 라호르간 총연장
365km에 이르는 10억달러상당의 고속도로건설사업(대우)..

물쉐드대사가 4년의 재임기간동안 성사시킨 사업중 굵직굵직한 것만
따져봐도 셀 수 없을 정도다.

내달 이임을 앞둔 물쉐드대사가 재임기간중 성사시킨 합작사업은
양해각서(MOU)를 포함할 경우 약 61억달러규모에 이른다.

하루평균 4백17만8천달러(약33억4천만원)가 넘는 돈을 한국기업들의
호주머니에서 파키스탄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알테르 아나야 엘살바도르 대사도 이에 못지않다.

아나야대사는 대사관저에 출근,한국신문을 살펴본 뒤 관련된 한국기업에
전화하는 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한국기업의 머릿속에서 "내전이 끊이지 않는 불안한 나라"라는
엘살바도르에 대한 이미지를 씻어내고 대엘살바도르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작전이다.

아나야대사가 지난 90년 부임이후 투자를 호소하기 위해 한국기업에
띄운 편지도 수천통에 이른다.

이같은 전화,편지공세 덕분에 (주)대우등 11개 기업이 엘살바도르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최근에는 대우그룹으로부터 투자를 확대한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고속성장과 함께 아시아시장이 부상하자 "은퇴직"정도로 여겨졌던
선진국의 주한대사들 사이에도 이같은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올 4월 부임한 토마스 해리스 영국대사는 기업인들 사이에서
"슬라이드대사"로 불리기도 한다.

대영투자 이점을 알리기 위해 슬라이드까지 동원,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대기업회장단 모임,기자회견장등 홍보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나 투자
홍보용 슬라이드를 갖고 다닌다.

이같은 열성으로 부임한지 반년만에 사상 최대의 대영투자 사업인
삼성전자유치등 4-5건의 대규모 사업을 성사시키는 공을 세웠다.

"물론 기업은 나름대로 타당성조사를 거쳐 투자여부를 결정하겠지만
대사들의 설명이나 투자혜택에 관한 설명등은 기업에 신뢰를 주게
마련"이라는게 해리스대사의 지론이다.

실제로 해리스대사는 이번 삼성의 대영투자결정 과정에서 세제혜택을
늘려줄것을 자국정부에 요청하는 등 적지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는 12월 멜버른에서 열리는 투자설명회에 10여개 한국기업대표를
초청하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는 맥 윌리엄스 호주 대사.

일주일에 10건이상의기업인 모임에 나갈 정도의 마당발인 윌리엄스
대사는 최근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호교역증대에 빼놓을 수 없는
일등공신이라는 것이 주위의 공통된 평가이다.

스위스대사는 한국시장에서 자국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기위해
동분서주하는 열성 대변인.

대사는 국제커피값이 급등한 가운데 물가억제책으로 모든 공산품가격이
동결되자 네슬레를 대신해 가격인상허용을 호소하기위해 경제기획원을
수시로 방문, 담당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밖에 틈만 나면 시장개방의 효율성을 역설하고 다니는 제임스 레이니
미국대사,외국인주식투자 한도확대를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정부관련
부처를 드나드는 유럽국가의 대사등도 빼놓을 수 없는 "세일즈맨"
대사이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은퇴를 눈앞에 둔 60대 외교관들의 단골부임지였던
주한대사직이 40대 젊은 대사들의 승진대기석으로 바뀌고 있다.

이달초에는 레너드 에드워드 전주한캐나다대사가 한.가경제협력에
큰기여를 했다는 공로로 아태담당 차관으로 기용되기도 했다.

<염정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