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미술전시장 마련이 일대 붐을 이루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미술관
과 박물관을 설립하는가 하면 사옥내에 갤러리를 개설하고 있다.

최근 사옥을 신축중인 기업의 경우 전시장 설치를 거의 당연시할 정도.

11월현재 대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은 삼성의 호암미술관(대표 이건희),
선경의 워커힐미술관(대표 박계희),대우의 선재미술관(대표 정희자),
동양화학의 송암미술관(대표 이회림)등 4곳.

화랑형태로 운영되는 곳은 동아그룹의 동아갤러리,금호그룹의
금호갤러리,대림그룹의 한림갤러리,벽산그룹의 갤러리아트빔,동양그룹의
서남미술전시관,극동건설의 새갤러리,신동아그룹의 63갤러리,아주산업의
공평아트센타,롯데백화점의 롯데화랑(본점,잠실점)등 10여군데에 이른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은행들도 본점은 물론 지점건물 신축시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패션업체인 마담포라가 강남구논현동 신사옥에
갤러리를 개설한 것을 비롯,상당수가 전시공간을 두고 있다.

그런가하면 극동건설은 서울종로구연지동사옥에 소전미술관(대표
김용산)을 설립,문화체육부에 등록신청을 한 상태.

한국전력은 지난 9월8일 중구을지로입구 사옥에 한전플라자를 개관했고,
포스코와 코오롱그룹은 95년 8월완공예정인 포스코 대치동센터와 과천
신사옥에 각각 전시장을 꾸밀 계획이다.

대유그룹은 경기도광주에 조성키로 한 경안미술문화단지안에 미술관을
세우기 위해 연말께 착공한다.

또 한솔제지는 강원도문막에 미술관을 설립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외에도 쌍용그룹 상업은행 제일은행 한국투자금융등 수많은 기업들이
미술관 또는 전시장건립을 추진중이거나 검토중인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처럼 기업의 전시장 개설이 붐을 이루는 것은 미술관법 개정이후
미술관.박물관 설립이 용이해진 데다가 사옥에 갤러리를 만들면 그때
그때 필요한 전시회를 개최,임직원은 물론 고객을 위한 서비스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건축비의 1%에 해당하는 환경조형물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자체갤러리 설립붐의 한 요인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기업갤러리의 상당수가 장기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양적인 증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이뤄져야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기존 기업갤러리의 경우 전문큐레이터가 한명도 없는 곳이 있는가하면
1년에 기획전 한번 열지않는 곳도 많다는 것.

개관당시 다채로운 기획전으로 기대를 모았던 새갤러리,마포불교방송국
4층과 여의도동양증권빌딩1층로비등 두곳에 전시장을 갖고 있는
서남미술전시관등은 최근 이렇다할 기획전 없이 "개점휴업"중인 상태.

롯데화랑 현대아트갤러리등 몇몇 화랑은 대관위주로 운영된다.

그나마 롯데화랑은 본점제2전시실을 폐쇄했고 현대아트갤러리는 문을
닫을 계획.

강효주씨(보람은행인사부장)은 "전시장이 아무리 좋아도 "운영이 부실한
곳"으로 여겨지면 기업은 오히려 이미지에 손상을 입는다"며 "기업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