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27일 사업구조조정방침을 발표함에 따라 지난91년부터 2차례에
걸쳐 발표했던 계열분리계획의 진행과정과 앞으로 분리및 합병작업을
거쳐야 하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발표됐던 계열사들의 분리및 합병작업이 대부분 완료되지
않은데다 새롭게 분리및 합병대상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들도 비공개등의
이유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돼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지난해까지 두차례에 걸쳐 발표한 계열분리및 합병대상 기업은
16개사.

12개사를 매각 또는 분리, 청산키로 했고 4개사는 합병키로 했었다.

그러나 이 계획에서 지금까지 마무리된 것은 고작 5개사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청산대상업체이고 굵직한 분리계획등은 아직 결과를 기대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유나이티드항공 대산정밀 충남화학 3개사가 청산절차를 마쳤으며
동방빌딩관리가 삼성생명서비스에 합병됐다.

다만 한솔제지가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와 은행감독원으로부터 그룹
에서 분리됐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 그동안 삼성의 계열분리노력을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가장 큰 골치거리는 신세계백화점이다.

삼성그룹은 신세계의 계열분리를 발표한 91년11월부터 이듬해7월까지
이건희회장과 삼성계열사가 신세계에 출자한 지분을 정리했다.

상호지급보증도 모두 해소된 상태이다.

그러나 계열분리를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신세계가 삼성그룹 계열사에
출자해 놓은 지분이 전혀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세계는 그동안 삼성항공 삼성전관 삼성물산 호텔신라에 갖고 있는 지분을
모두 털어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삼성생명 14.5%, 삼성신용카드 8.5%, 삼성석유화학 4%,
삼성전자 1.4%, 삼성중공업 1.5%등의 지분은 그대로 남아있다.

물론 지금도 중공업 전자등 계열사의 지분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공개시장에
내놓아 정리해 나가고 있지만 생명 신용카드 석유화학은 비상장사여서
자산재평가와 삼성의 주식매입의사없이는 결코 해소되기 힘든 문제이다.

삼성회장비서실 유석열재무팀장은 이같은 문제에 대해 "그동안 그룹의
투자여력이 부족해 주식을 인수하기가 어려웠으나 3차 계열분리발표를
계기로 빠른시일내에 주식을 매입, 분리를 가속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답변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가 삼성그룹에 대한 출자지분이
워낙 막대한 양이어서 분리는 요원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신세계측도 곤혹스럽다.

분리에 따른 그룹과의 교류중단으로 인사 교육 경영혁신등의 그룹차원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반면 법적인 분리가 안돼 대출및 신규사업등에
손발이 묶여 있는 상태이다.

신세계의 자회사는 이미 그룹으로부터 완전히 넘겨받은 대전역사 조선호텔
등에 불과하다.

법적인 분리를 마친 한솔제지가 7개의 그룹사를 거느리는등 사업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일제당도 출자지분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계열분리발표 직후 대주주가 이건희회장에서 손복남씨(고이병철회장
의 장자부)로 바뀌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제당이 비상장사인 삼성생명에
11.5%, 중앙일보에 22.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완전히 그룹과의 인연을
끊어내는데는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시계처럼 매각을 결정했다가 원매자가 없어 다시 그룹에 복귀시킨
사례도 있어 나머지 매각대상업체들의 앞날도 아직은 불투명한 상태이다.

이번 발표에 포함된 업체들의 합병이나 매각도 마찬가지다.

우선 제일모직의 화성부문, 삼성정밀화학등을 인수합병키로한 삼성종합화학
은 합병의 전제조건인 상장요건을 갖추는데만도 4-5년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백90억원가량의 적자를 낸 종합화학은 올해 영업이 호조를
보이고는 있으나 역시 적자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내년부터 흑자를 계속 낸다해도 모직의 화성부문과 정밀화학이
합병될수 있는 시기는 98년이후가 된다.

일부 계열사의 합병을 둘러싼 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삼성항공과의 합병추진공시이후 주가가 연일 하한가를 나타내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벌써부터 일반주주들로부터 1대1 합병의 경우 주식매수
청구권을 발동하겠다는 "경고"를 받고 있다.

분리키로한 제일합섬은 어느 계열에도 속하지 않고 당분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키로 대주주인 새한미디어와 합작선인 일본의
도레이사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제일합섬에 앞서 새한미디어측에 분리해 주기 위해 미국 합작선인
아모코사의 반발에도 무리한 협상을 벌여온 삼성석유화학은 과거와는 달리
아모코측이 50%의 주주로서의 권리를 철저하게 행사하기 시작, 경영에
애를 먹고 있다.

삼성은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속에서도 사업구조조정의 목표달성은 시간이
걸릴뿐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