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시작되는 "날개"의 작가 이상.
한국문단의 대표적인 초현실주의작가로, 창대같은 수염에 봉두난발을
한채 숱한 기행을 뿌린 그의 일생이 영화로 만들어진다.
태흥영화사(대표 이태원)가 "태백산맥"에 이어 제작하는 "금홍아! 금홍아!"
가 화제의 영화.
89년 기획된 이 영화는 그간 스탭및 배역의 선정문제로 제작이 미뤄져
왔으나 최근 출연진등이 확정됨에 따라 내달중순 크랭크인 된다.
"장미빛인생"으로 호평을 받은 기자출신 시나리오작가 육상효씨의 각본을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와 "참견은 노 사랑은 오예"를 연출한
김유진감독이 요리한다.
이 영화는 각기 개성이 뚜렷한 세 사람을 주축으로 진행된다.
설명이 필요없는 이상역에는 "태백산맥"에서 염상구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준 김갑수씨가 캐스팅됐다.
김씨는 연극 "아! 이상"으로 금년도 서울연극제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소설 "날개"중 "아내"의 실제모델인 금홍역에는 신인 이지은씨가 발탁됐다.
이씨는 현재 일본법정대 일본문학과에 재학중이며 TV드라마와 CF로 국내팬
들에게 얼굴을 알린 상태.
이상의 절친한 친구이자 "한국의 마티스"로 한국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꼽추화가 구본웅역은 가수 김수철씨에게 돌아갔다.
김씨는 "고래사냥"이후 10여년만의 영화출연으로 오랜만에 외도를 하게된
셈.
이 영화의 음악도 담당한다.
모더니스트 시인 김기림, 정지용, 영화감독 김유영등 조연급 배역들은 현재
교섭이 진행중이다.
"금홍아! 금홍아"는 이상, 금홍, 구본웅 세사람의 삼각관계를 기본구도로
일제강점하인 1930년대 조선 지식인사회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1932년 봄 일본유학을 마치고 경성으로 돌아온 구본웅이 귀국전에서
이상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꼽추라는 열등감과 자괴감에 빠져있던 구본웅은 호쾌한 성격의 미남 이상을
통해 자신의 예술과 젊음을 재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상의 극심한 여성편력은 두 사람을 연적으로 만든다.
약혼녀에 이어 기생 금홍까지도 이상에게 빼앗긴 구본웅은 금홍을 예술적
에로스로 승화시켜 마음 한구석에 간직한다.
영화의 후반부는 소설 "날개"를 낳은 다방 "제비"에서의 이상과 금홍의
비정상적인 생활이 주류를 이룬다.
여기에 이상이 동경에서 사망한 후 오랜세월이 지난 뒤 늙은창녀 금홍과
본웅의 해후를 삽입해 영화적 요소를 살린다.
김감독은 "극중 인물들이 너무나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만큼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필요이상의 자극적인 영화를 만들어볼 터"라고 말해
선정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