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산업의 국제화 인식정도는 유통개방에 따라 외국의 광고주및
광고대행사가 더많이 몰려 들어온다거나 국내 광고대행사가 해외지사나
사무소를 개설하는 정도의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란 외국(인)을 싸움의 대상이나 착취의
대상으로 보지않고 그들과 더불어 함께 발전한다는 동반자적 유대를
강화한다는 의식전환으로 발전해야 한다.

한국광고산업의 국제화와 관련된 과제를 광고대행사측면에서 보면 첫째
"광고대행사"라는 표현대신 "광고회사"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행사란 글자그대로 광고주를 대신해 수동적으로 광고활동을 벌인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앞으로 선진 외국 광고회사처럼 광고나 커뮤니케이션
산업을 능동적으로 전개하는 주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계열광고회사의 경우 모기업의 광고를 수주하는것이 당연하다는
안일한 의식을 바꿔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제일기획이 스스로 삼성그룹의 광고라도 공개경쟁을 통해
수주하겠다는 선언은 절박한 현실선언이라고 볼수 있다.

둘째 국제화시대를 맞아 각 광고회사들이 너도나도 자신들의 능력이나
한계를 무시한채 종합커뮤니케이션회사니 토털마케팅회사니 하는 거창한
발전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우리나라 광고회사는 우선 규모면에서 국제화엔 턱없이 영세한
형편이다.

세계 최대의 광고그룹 WPP그룹은 지난해 약14조8천억원(1백84억8천5백만
달러) 4위인 일본의 덴츠는 약8조7천억원(1백8억4천6백30만달러)의
취급고를 올렸다.

이에비해 우리나라는 광고업계전체를 통틀어 약3조원(4대매체기준)에도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1개의 국제적인 광고회사물량만큼도 안될
정도다.

이정도 수준에서 토털커뮤니케이션스그룹을 추구하는데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물론 광고회사라는게 반드시 외형적인 크기만으로 평가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정도 규모가 커야 운신의 폭을 넓힐수 있는게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통합이나 연합을 과감히 추진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차제에 어느정도 규모가 큰 회사는 종합커뮤니케이션회사로서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보되 적은 회사는 업종이나 크리에이티브등
각 분야별로 전문화를 강화하는 한편 전문회사끼리의 제휴 혹은 통합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 광고주측면에서는 광고회사를 하청업체 다루듯하는 독선적 자세
에서 탈피해 동반자로 인식하고 그들을 최대로 활용할줄 아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프리젠테이션이나 광고전략을 수립할때 광고의 목표나 관련 정보와
자료를 정확히 제시하지 않은채 마치 수수께끼를 풀어보라는듯 관망하는
자세를 보일것이 아니라 함께 풀어보자는 동지의식을 가져야 한다.

광고전략의 결과물은 결국 자신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또 경쟁프리젠테이션후 탈락자에 대한 참가사례비(reject fee)는 선심
차원이 아니라 아이디어생산에 대한 원가를 제공한다는 의식에서 고려돼야
한다.

매체측면에서는 인쇄매체의 경우 ABC공사(발행부수조사)의 본격적인
실시, TV매체의 경우 피폴미터기등에 의한 정확한 시청률조사를 전국적
으로 확대하는등 과학적인 매체계획을 수립할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 김대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