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는 기성세대에게 많은 혼란을 안겨다준다. 멀티미디어에 대한
개념이나 정의가 제각기라 잡힐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다.

멀티미디어가 자신을 "컴맹"에 이어 정보사회의 또 다른 문맹아로
만들어 버릴 것같은 두려움도 엄습한다.

멀티미디어에 대한 불평중 하나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보여준다는 점이다.

정신을 집중하고 한가지만을 들여다보기도 힘든데 음성 문자 영상등의
정보를 여기저기에 동시에 보여준다. 한번에 여러가지 일과 생각을
하도록 강요한다.

또 멀티미디어는 끊임없는 선택을 요구한다. 가만히 앉아서 TV를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세대에게는 긴장속에서 키보드를 눌러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멀티미디어가 꽃피우기도 전에 "보통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같은 회의는 신세대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어느 정도
풀린다.

책상에 단정히 앉아 정신을 집중하고 공부를 해온 기성세대들은
신세대의 공부방법을 이해할 수가 없다.

헤드폰을 귀에 꽂고 음악에 맞춰 다리를 흔들면서도 골치아픈 수학문제
를 풀어댄다.

컴퓨터를 켜 놓고 한가지 일을 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해 컴퓨터 통신을
하면서 워드프로세서 작업을 하고 PC 한쪽 켠에는 TV를 켜놓는다.

멀티미디어의 기본인 동시다중작업(멀티태스킹)이 생활속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세대들은 연필을 잡는 것보다 방향키를 누르며 게임하는 것을
빨리 배웠기 때문에 키보드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집단속에 파묻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던
기성세대에게 신세대의 확실한 자기 주장은 당돌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신세대는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새등 별로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것에도 자기 주장이 확실하고 끊임없이 선택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멀티미디어는 기술적인 발전보다 먼저 신세대의 삶속에 이미 스며들어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