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읽고 쓴다는 건,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것과 같습니다."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은 10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이 끝난 뒤 열린 연회에서 이같은 수상소감을 밝혔다.한강은 노벨상 연회가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홀에서 단상에 올라 영어로 소감을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오후 주판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더니 하늘이 열렸다"며 "비가 너무 강해서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어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고, 그 처마 아래에도 여기에서처럼 만큼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며 "쏟아지는 비와 내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고 덧붙였다.세상이 수많은 일인칭으로 구성돼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고 한다. 한강은 "나와 함께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 그리고 길 건너편에 있는 저 모든 사람은 권리를 가진 '나'로 살고 있었다"며 "저와 마찬가지로 각자 이 비를 보고 있었고, 촉촉함을 느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너무나 많은 일인칭 시점을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이 경험은 한강이 소설을 쓸 때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한강은 "읽고 쓰는 데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했다"며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깊은 곳으로,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그 실에 맡기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그는 "우리가 태어난 이
"친애하는(dear) 한강, 국왕 폐하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주시기 바랍니다."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에 한강의 이름이 울려퍼지자 1500명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시상식에서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호명된 한강은 검은색 긴 드레스를 입고 무대 가운데로 향했다. 스웨덴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으로부터 메달과 증서를 받아 들고 악수하자 장내를 박수소리가 가득 채웠다. 한강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이날 아스트디르 비딩 노벨재단 이사장은 시상식 개회사에서 문학상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심오하게 탐구한 작품에 소여됐다"고 소개했다.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시상에 앞서 약 5분간의 연설을 통해 한강의 작품세계를 상세히 설명했다. 맛손은 "한강의 주요 작품을 관통하는 색상은 흰색과 빨간색"이라며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에 등장하는 눈(雪)으로 화자와 세상 사이 보호막을 긋는 역할을 하지만,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면서 "빨간색은 삶,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통과 피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흰색과 빨간색은 한강이 작품 속에서 되짚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맛손은 제주 4·3사건을 다룬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두고 "한강의 작품은 결코 잊어버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며 "소설 속 인물들은 상처를 입고 부서지기 쉬우며 어떤 면에선 나약하지만, 그들은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딛거나 질문을 던질 만큼 충분한
점원만 10명 넘는 대형 의류 매장을 둘러보는 손님은 달랑 한 명이었다. 인근 대형 화장품 가게엔 점원이 8명인데 손님은 단 한명도 없었다. 반값 이상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붙잡지 못했다. 인근 화장품 매장들 역시 호객 행위에도 손님은 없었다.지난 9일 서울 명동 상점가의 풍경이었다. 평일 오후임을 감안해도 손님을 아예 끌지 못하는 점포들이 여럿이었다. 거리 초입에서 각종 주전부리를 파는 노점상 주인 A씨는 “주말부터 해서 외국인 손님들이 줄었다”며 “명동 내에 평소에도 경찰차가 지나다니는데 계엄 소식 때문인지 지레 경찰차를 보고 수군거리거나 자리를 뜨는 외국인들이 보였다”고 전했다. "외국인 들어오고 겨우 장사 좀 되나 했더니"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겨우 살아나나 했던 서울의 핵심 관광 상권들은 외국인들 발길이 끊겨 또다시 찬바람이 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날 명동 거리를 찾은 캐나다 관광객 엠마 트랑블레 씨(27)는 “오래 전부터 계획된 여행이라 방문했다. 주말에 광화문을 관광하러 갔다가 시위 인파를 보고 일찌감치 호텔로 돌아가긴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치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관광을 자유롭게 해도 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업장들은 “코로나19 사태 상황으로 돌아갈까봐 두렵다”고 아우성이다. 명동 뒷골목의 한식 전문점 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