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업체가 해외에선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데 나라안에선 왜 이
모양이냐.

이 의문에 대해 흔희 "외국에는 공사감리가 잘돼 있어어 그렇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있는 답변이다.

물론 해외공사에서 부실이 드문 이유를 오직 감리에서 찾을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감리가 부실의 고리를 끊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성수대교 붕괴이후 감리시장을 조기에 개방, 외국의 우수한 감리회사들이
들어와 국내공사를 감독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부실공사를 막는 것을 주기능으로 하는 감리 자체가
워낙 부실해서 부실을 막기는 커녕, 부실의 책임소재를 흐리게함으로써
오히려 부실을 방조한다는 비난을 들을 정도였다.

그동안 우리나라 공공건설공사의 경우 공무원이 직접 감독하고 민간은
보조역할을 하는 시공감리를 해왔다.

이 시공감리나마 90년부터이고 그 이전에는 발주처 공무원들이 문가림식
으로 감독을 해왔기 때문에 감리제도가 아직 정착조차 안돼있는 실정이다.

시공감리제 아래서도 민간감리자는 실질적인 권한이나 책임이 전혀 없었고
감독공무원도 전문기술을 갖추지 못하고 일손이 달려부실요인을 제대로
체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공무원을 보조하게 돼있는 민간감리회사도 전국적으로 1백95개사에
지나지 않고 자격을 갖춘 감리원수가 3천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연간 1천여건이상의 공공공사에 현장당 3명꼴로 감리자가 배치될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고속도로 지하철 교량등 대형공공공사의 공사감독이 제대로
이뤄질수가 없었다.

이러다보니 감독자의 눈일 피해 야간에 속도공사를 하고 비가 오면 못하게
돼있는 콘크리트 공사를 강행해도 어쩔수 없이 지나치는 사례가 비일비재
했던 것이다.

부실공사를 봉쇄해야 하는 감리가 이 제기능을 제대로 못해온 구조적인
원인은 국내감리시장 규모가 워낙 영세한데 있다.

그동안 공공공사의 감리요율이 평균 1.3%.

선진국의 4-5%선에 비추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오직 건설하는데만 치중하고 감리는 흉내만 내는식으로 해왔기 때문에
정부 스스로 사업비산정을 할때 감리비를 제대로 책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로인해 연간 10조규모의 공공건설시장에서 감리시장 규모가 1천억원을
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감리시장에 전문기술과 인력을 제대로 갖춘 업체들이 뛰어들고
싶어도 뛰어들수 없도록 돼있는 시장여건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다보니 시공업체 직원을 기술적으로나 경험에 있어 압도해야할 감리
업체 직원의 수준이 오히려 뒤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설부가 올들어 감리업을 육성한답시고 30개 대형건설업체들에 대해 감리
전문회사를 설립하도록 적극 권유했지만 업계로부터 이렇다할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현대건설 삼성건설 대우등 주요 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겨우 1천억짜리
독식한다는 보장이 있으면 모를까 현재의 시장여건아래선 실력있는 감리
회사의 탄생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고 있다.

웬만한 교량공사 하나에도 못미치는 감리시장을 놓고 1백95개 감리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감리용역입찰부터 덤핑이 난무하고 이는
바로 부실감리부실시공으로 이어질 것은 뻔하다.

부정방지대책위의 감사원제출보고서는 "설계변경 제의를 그대로 수용해
주는 대가로 현장사무소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고
감리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구조적인 부조리가 만연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공사중엔 전면책임감리대상인데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시공감리전환하거나 아예 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이후에 감리를
착수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감리계약기간도 통상 1년단위로 돼있고 중간에 바뀌는 경우도 많아 공사
감리의 일관성과 계속성이 전혀 보장되지 못했던 것도 부실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실이 발생해도 감리자에게 책임을 물을수 없었고 감리자
스스로도 공사부실에 책임이 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