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년전만 하더라도 일본이 성취한 하이테크 수준이 미국을 암담하게
만들었지만 현재 일본은 2차대전이후 이룩한 경제기적의 파멸을 앞에 두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잡지 도쿄.뉴욕지사장
출신이며 현 영국투자은행 투자전략책임자이다.

그에 따르면 세계경제의 새로운 흐름이 제조업으로부터 정보산업쪽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손해를 볼수있는 사회는 다량생산과 사회적
순응에 능한 일본사회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일본은 멀지않아 록펠러센터를 위시해 80년대에 마구 사들인
미국의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을수 없는 처지가 되리라는 것이다.

또 일본이 거머쥐고있는 전자산업의 지분은 없어지고 미국회사들이
그것을 다 인수할 것이라고 점친다.

일본 자동차업자들은 업계 제일이라고 인정받던 경영테크와 생산량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대대적 감원이 불가피하게 되고 그결과 사회불안이
야기되리라고 경고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정치계는 1930년대 군국주의 출현이래 처음으로
이념의 대립.충돌을 경험하게 되고 냉전이후 아시아의 세력균형이란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재무장을 하지않을수 없다고 예언하고 있다.

저자는 과거 수십년동안 여러산업에서 일본이 움켜쥐고있던 손아귀가
풀어지리라는 것과 그것을 강요하는 힘을 설명한다.

아울러 미국의 투자가 기업가들에게 일본의 종말을 경고하고 이 위기를
어떻게 선용하느냐를 살피는 것을 이책의 목표로 삼고있다.

저자는 정치 경제 금융제도 자동차산업 컴퓨터 전자 통신산업,그리고
외교정책과 국제교역등 다방면에 걸쳐 일본이 종말에 이르게된 전말과
당면한 옵션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다.

따지고보면 일본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강대국이라기보다는 무력으로
이루지 못했던 뜻을 돈으로 성취해 보려고 노력했던 나라이다.

소위 "철의 삼각형-관리.기업.정치가"의 일사불란한 협조를 구사하는
회사, 다시말해 나라가 아니라 회사란 뜻으로 "(주)일본- Japan Inc"
이란 별명을 얻게되었다.

냉전시대의 일본은 외교적 전략적 이익을 앞세운 미국의 기본정책
덕으로 경제적 성장에 전념할수 있었다.

전통적으로 동질성사회이고 순종을 미덕으로 삼고있는 만큼 대량생산
체제에 능할수 있었다.

그러나 냉전시대는 끝나고 미국의 국익우선순위도 변한 상황에서 계속
페달을 돌려야만 쓰러지지 않는 자전거 같다고해서 "자전거 경제"라고도
불리는 일본경제는 수출만으로는 해결할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있다.

"종말의 시작"이란 부제를 단 정치장에서는 이제 회생능력을 상실할
정도로 부패한 일본정치계의 다섯가지 병상을 열거한다.

첫째 직업정치가의 책임소재를 밝힐 구체적인 정책토론이 전혀없다.

둘째 리더십이 전혀없다.

셋째 정권에 따른 책임을 수임할 희망 의욕없이 반대를위한 반대만을
일삼는 야당. 넷째 일반국민의 실망과 무관심-선진국중에서 투표율이
제일 낮다.

다섯째 정치가에게 요구되는 재정적 부담이 지나치다. 그리고 그것은
부패의 온상이 되고있다.

회생능력을 상실한 정치를 살리기위한 해결책은 경제.금융제도로
이어지고 자동차.전자산업의 분석으로 계속되는데 회생은 커녕 일본은
한계에 도달했고 미국에 뒤지게되는 이유를 보게된다.

하드웨어시대,사회 경제에서 소프트웨어시대,사회 경제로 변해야하는
이 시점에서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창의력을 일본의 교육제도로는 미국을
따를수가 없다.

창의력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위험부담자본,즉 벤처 캐피털에서
일본은 미국에 게임이 되지못한다.

"한 시대의 마감"이란 부제를 단 마지막장 "외교정책과 무역"에서는
미키 캔터 NAFTA 노동1호 인포메이션하이웨이,그리고 중국 한국등
아시아 여러나라 이름이 곳곳에 나타나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이야기 또는 문제점이라는 것을 느끼게한다.

(사이먼&셔스터사간 2백40면 23달러)

조승훈 < 미웨스턴 퍼블리케이션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