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 3편을 묶은 이번 창작집은 올여름 심한 더위와 싸우며 얻은 결실
입니다. 밤 8시30분이면 어김없이 서재에 들어가 11시까지 모기에 뜯기며
창작하는 기쁨에 푹 빠져 지냈어요"

부총리를 지낸 김준성(74) 대우회장이 다섯번째 소설집 "양반의 상투"
(고려원간)을 펴냈다.

김회장은 작년 7월 장편소설 "사랑을 앞서가는 시간"을 내놓은지 1년여
만에 또다시 책을 출간, 왕성한 창작열을 드러냈다.

"글을 쓴다는것은 곧 읽는다는것"이라는 김회장은 회사에서 지내는
틈틈히 책을 읽고 잠들기 직전과 자동차로 움직일때 소설을 구상한다고
밝혔다.

"양반의 상투"에 실린 3편의 소설은 모두 사회의 부조리를 존재론적인
시각에서 풍자한 작품들. "양반의 계급"은 양반이 몰락하면서 상인계급이
부상하는 조선말기를 배경으로 경제우위의 시대로 진입하는 현재상황을
상징하고 있다.

"육체의 환"은 여성의 성을 철학적으로 접근한 작품이고 "문명인쇄소"는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책10권을 읽고 모순덩어리인 암담한 현세태를
조망한 소설이다.

김회장은 "초기에는 사회부조리를 고발하는 작품을 썼고 그후엔 인간의
존재에 대해 천착했는데 이제는 사회풍자적인 소설쓰기에 관심이 끌린다"
며 웃음을 자아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회를 비판하는 풍자의 원류를
한국고전작품에서 배우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김회장은 현재 개의 눈으로 인간세상을 바라보는 중편소설 "똥개"를
쓰고 있는데 이후에는 인간 마음안쪽에 자리한 선악을 철학적으로
파고든 소설 한편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즘 읽고있는 책은 프랑스의 해체주의철학자인 데리다의 저서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등이라고.

"현재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생산성이 임금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이라고 말하는 김회장은 "내년에는 생산성을 높이는 일과 세계각지의
투자전망을 알아보는 일에 힘쓰 계획"이라고 경영에 대한 의욕도 보였다.

김회장은 20년 대구에서 출생, 서울대상대를 졸업했으며 58년 "현대문학"
에 단편 "닭"과 "인간상실"로 등단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