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북.미간의 제네바 북핵협상이 사실상 타결,정부가 대북경협재개조치
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동안 물밑에서 추진해온 프로젝트를
다시 점검하고 북한팀을 확대하는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계는 우리정부가 북핵문제해결때까지 남북경협을 유보시킨
틈을 타 독일 네델란드등 유럽지역 국가들이 최근 북한진출을 서두르자
경쟁국에 앞서 대북경협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그동안의 남북경협때와는 달리
북한이 김일성 사망 이후 외국자본의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향후
남북간 합작투자및 위탁가공 분야에서 구체적인 결실을 맺을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 삼성 럭키금성 대우등 주요 그룹사들은 지금까지 북경과 홍콩등지에서
북한측과 물밑접촉을 벌여왔던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나진 선봉
남포등의 개발참여및 전자 경공업제품 자원개발등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대그룹은 최근 북.미 핵협상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자 현대종합상사
현대건설 현대백화점등의 고위관계자들을 북경에 보내 북한측의
창구인 고려민족산업발전협의회(약칭 고민협)간부들과 북한투자방안을
협의했다.

현대그룹은 이 접촉에서 그동안 수차례 논의돼왔던 금강산관광단지개발과
철도차량합작사업 원산수리조선소건설등에 대한 합작방안을 타진하고
현대건설이 북한의 경수로건설의 주간사로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그룹도 정부의 기업인 방북이 허용되는 대로 그룹의 대북창구인
삼성물산의 고위관계자들을 북한에 파견,투자유망분야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내달 조직개편에서 북한담당부서를 확대 개편한 방침이다.

이밖에 북한의 시멘트 수요가 급증할것으로 판단한 동양그룹은
북한의 북경창구를 통해 시멘트공장건설을 타진했고 선경(수산물합작)과
쌍용(신발합작)롯데(백화점사업)코오롱(원사합작)등도 북한에 대한
투자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중소기업남북교류협의회도 미.북한간 북핵협상이 한창이던 지난달
모임을 갖고 북한에 대한 공동진출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최근 2년간 대북경협 진전을 가로막았던
걸림돌 없어진것은 사실이나 남한보다는 북한이 경협재개를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남북당국의 관계정상화를 예의주시해야할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수많은 얘기가
쏟아졌으나 공식승인된 북한투자는 한건도 없는 실정"이라면서 "이번에
남북경협이 재개되면 기존의 제3국을 통한 교역방식에서 벗어나
직교역등의 적극적인 교류협력사업을 벌일것"이라고 말했다.

< 김영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