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을 잡아라"

석유화학업체들은 요즘 서남공업단지 관리공단이 한국중공업으로부터
환수, 분양공고를 낸 땅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담팀을 편성, 분양전략을 짜고 있다.

너나 할것없이 이번에 분양되는 세개 블록 10만5천평을 아예 싹쓸이하겠다
며 욕심을 부리고 있다.

석유화학업계가 공장부지 확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과잉생산으로 투자라면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던 지난날과는 판이한 모습
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지난 몇년동안 땅에 별 흥미를 느끼지 않았었다.

4년여에 걸친 바닥경기로 신규투자에 엄두를 낼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토지개발공사가 92년부터 1백80만평을 조성하기로 했던 여천공단해안 매립
사업을 아직까지 착수조차 못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사정으로 인한
것이었다.

업체들이 종전과는 달리 한중땅의 분양을 둘러싸고 이처럼 신경전을
벌이게된 이유는 무엇인가.

위치나 크기등으로 볼때 여천공단입주업체라면 당연히 한중 땅을 탐낼만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는 신규사업을 위한 부지확보라고 할수 있다.

다가올 호황에 대비, 공장건설용 부지를 미리 잡아두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신규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공장부지확보는 실제로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의 기획실은 요즘 신규프로젝트를 들고 찾아오는 사업부서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이같은 현상은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업계는 미국 엑슨사의 루이지애나 베튼루지플랜트가 완전히 정상을 되찾는
내년 2.4분기까지는 석유화학경기가 상승세를 탈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가 어떻게 될것이냐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중반쯤에 가서 경기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한차례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다음 다시 80년대 후반과 비슷한 황금기를 본격적으로 맞게 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좋은 시절"이 97년정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게 이들의 예상이다.

이제 다가올 "좋은 시절"에 대비, 석유화학업계가 투자를 다시 본격 추진
하려고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는 경쟁력을 높일수 있도록 수직계열화체제 구축에 투자하는 방안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선발업체인 대림산업은 경기회복에 맞춰 자체에서 생산되는 기초유분을
소화하는데 필요한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공장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유공도 신규투자에 관한한 대림산업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한양화학은 프로필렌소화를 겨냥, 옥탄올사업에 참여할 움직임이다.

현대석유화학도 벤젠을 자체에서 처리하기 위해 SM(스티렌모노머)증설을
꾀하고 있다.

부가가치가 큰 첨단 고기능제품분야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게 추진될
조짐이다.

삼성종합화학은 러시아의 정밀화학기술을 도입, 상품화에 나섰다.

지난해 인수한 한국비료와 협조체제를 구축, 정밀화학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경쟁력강화 차원에서 원료수급관계에 있는 계열사간의 합병도 머지않아
가시화될 전망이다.

럭키는 경기회복으로 채산성이 급속도로 나아짐에 따라 럭키석유화학의
흡수합병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한양화학도 원료를 생산하고 있는 경인에너지와의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수출을 통한 해외생산기지확보 움직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림산업은 접착제 첨가제로 고부가가치제품인 폴리부텐제조기술 수출을
추진중이다.

현재 접촉중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스페인등으로 기술을 수출, 현지
생산체제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석유화학업계는 호황에 대비한 전략마련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야할
입장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중복과잉투자가 몰고온 쓰라린 경험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서 다가올 호황을 누릴수 있는 전략들을 마련해야 할때인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