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대한 국회재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중앙은행독립문제가
핫이슈로 다뤄졌다.

야당의원들위주로 김명호한은총재에게 중앙은행독립의지가 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은법개정을 추진할 방침을 밝힌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도 한은법개정을 청원할 방침으로 있어
이날 한은에 대한 국감은 앞으로 한은독립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을 예고했다.

이날 야당의원들의 질문공세는 주로 한은 스스로의 독립의지가
있지는지의 여부에 모아졌다.

이같은 질문이 쏟아진 것은 한은이 지난 25일 민주당의 박은태 박정훈
의원등에게 한은독립성강화방안을 제출했다가 서둘러 회수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는 데서 비롯됐다.

한은이 애초 재무위원회에 낸 한은독립성강화방안은 한은독립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됐던 지난 89년당시의 한은입장이 담겨있다.

한은총재가 통화정책의 최고의결기구인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장(현재는
재무장관)을 맡고 은행감독원은 지금처럼 한은에 둔다는 내용.

한은은 그간의 한은독립논의과정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될수 있도록 그
자료를 실무자들이 건내준 것일뿐 "공식자료"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은은 그 자료를 회수하면서 "한은의 위상재정립이 필요하다""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바람직한 한은독립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내용을 담은 한쪽자리 대체자료를 제출했다.

한은관계자는 실무자들이 과거 한은입장을 담은 자료를 제출한 것은
"실수"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은태의원은 한은이 애당초 낸 자료를 서둘러 회수해 간것은
외부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자료회수경위를 따지면서
한은독립의지를 추궁한 것이다.

의원들은 특히 대체자료로 낸 것도 작년도 국감자료인 "한은독립에
관한 한은측의 견해"와 글자한자 안바뀌었다며 한은임원들의 독립에
대한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은독립에 대한 이같은 야당의원들의 질책과 한은의 입장을
보면 향후 한은법개정논의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어느정도 예상케
한다.

일단 재무부와 여당은 당장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은법을 고칠 자세는
아닌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독립성과 중립성을 갖고 통화신용정책을 펴나가는게 국민경제적인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만 국가경쟁력강화등 더 급한 일이 많은 시점에서
한은법개정문제로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감장에서 민자당의 김정수 박명환 정필근의원들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법개정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이들은 한은법개정문제를 직접 도마위에 올려놓을 경우 지난 89년처럼
결론도 없이당사자들이 상처만 입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법을 고치기보다는관행을 개선해 한은독립의 취지를 살려나간다는
입장인 것이다.

당사자인 한은도 법개정의 필요성을 내세우면서도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것을주저하고 있다.

한은독립파동이 일었던 89년당시의 김건총재의 뒤를 이어받은 조순
한은총재도 법개정파동의 후유증을 의식한듯 법개정보다는 관행개선
쪽으로 기울었고 김명호총재역시 같은 연장선에 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김총재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앞서 업무보고를 통해 "한은독립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89년의 입장이 논의의 시발이 돼야 한다"고 "점잖게"
말했을 뿐이다.

이같은 상태에서 민주당과 경실련등에서 서서히 한은법개정을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나 법개정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