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사정이 여의치않다는 세간의 소문과 달리 모두 3조5천억원안팎이
소요되는 "아산만 임해철강공업단지"건설계획을 별다른 차질없이
진행시키고 있는데다 다른 분야로 계속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따라 재계랭킹(자산기준)이 28위로 껑충 뛰어올랐으며 특히 최근
들어서는 아산만철강공단내에 투자비 5천8백억원의 화력발전소를
건설계획을 발표하고 석탄공사까지 인수하겠다고 나서 재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지난92년 한보그룹이 아산만철강단지 건설계획을 발표할 당시만해도
재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수서사건"으로 여러가지 점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던만큼 자금조달이
용이하지않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금사정이 좋지않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으며 일부기업에서는
한보그룹의 자금흐름을 면밀히 체크한다는 얘기도 들렸다.
아산만철강공단의 핵심사업인 박슬라브공법(고철을 녹여 핫코일을 만드는
공법)에 대해서도 아직은 모험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한보그룹은 그러나 이같은 일부의 우려와 달리 예정대로 철강공단 건설
공사를 진행시켜왔을 뿐만아니라 중국천진의 철근공장건설계획, 요르단
이라크 중국등지에서의 석유탐사등 신규프로젝트를 추가로 내놓았다.
아산만철강공단건설계획도 조강기준 연산4백만t에서 6백만t규모로 확대
수정했다. 추가된 2백만t은 혁신제철기술로 불리는 코렉스설비로 건설
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한보그룹의 이같은 도약과 관련,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아무래도
자금이다. 한보그룹은 지금까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왔으며 또
앞으로는 어떻게 조달할 계획인가.
한보그룹관계자들의 답변은 간단하다. "정태수총회장(다른그룹의
명예회장격으로 한보그룹은 명예회장대신 총회장이라는 직제를 두고
있다)이 돈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자금조달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밀한 자금조달계획을 세워놓고있는데다 정어려우면 정태수총회장이
개인재산으로라도 지원해줄 것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걱정하지않는 설명이다.
2백여억원을 동원,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한보철강의 지분을 27%에서
35%선으로 끌어올리고 상아제약과 삼화신용금고를 개인돈으로 인수했다는
사실이 입증하듯 정태수회장의 자금력은 여전히 막강하다고 한보그룹
관계자들은 말한다.
한보그룹은 그러나 이것이 철강사업등 신규프로젝트에 대한 정태수회장의
집념을 보여주는 반증이지 정회장 개인의 지원을 받아야하는 상황은 전혀
아니라고 밝힌다.
추진중인 사업의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자금이 빡빡한 것은 사실이나
당초의 자금조달계획에 따라 차질없이 소요자금을 마련하고있다는 얘기다.
한보그룹은 지난92년 아산만철강공단 건설계획을 발표할때 소요자금은
내자60% 외자 40%의 비율로 조달할 방침이라고 밝힌바있다. 또 지금까지
거의 이 비율대로 자금을 조달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설비의 구입대금은 외화대부나 해외전환사채 발행자금
등으로 충당하고 국내설비와 공사비는 금융기관차입이나 사채발행을 통해
조성하는 식이다.
한보그룹은 특히 내년6월 아산만철강공장의 1단계공사가 완료되면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공장의 설비를 아산만으로 옮기고 그곳에 대단위 아파트를 건설,
분양대금으로 2.3단계의 공사비를 충당할 계획이어서 내년하반기부터는
별다른 자금상의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한보측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없지는않다.
자산규모로 재계랭킹 28위에 올라있으나 자산총액이 1조6천2백80억원에
불과한데다 한보철강 한보등 주력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취약,외부차입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5월 해전환사채발행시에는 한반도위기설이라는 정치적 변수의
영향이 있긴했으나 발행규모를 당초계획보다 줄였을 뿐만아니라 발행
조건도 좋지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어쨋튼 한보그룹은 "많은 아파트건설업체중의 하나"에서 철강과 에너지를
양축으로 하는 새로운 기업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아파트건설로 일어설때처럼 워낙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대,이같은 변신이
어느정도 성공을 거둘수 있을지 판단키 어려우나 지금까지는 예상밖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