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쳐 "900선지키기"를 걱정해야할 지경에 이르렀고
하루거래량이 2천만주도 안되는 한산한 장세가 사흘째 이어졌다.
증시안팎의 여건이 한결같이 투자심리를 억누르는 쪽으로만 영향을 미쳐
주식시장이 맥없이 흘러가는 모습이다.
경제정책의 방향이 "안정"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데다 물가
환율 통화 금리등 증시 바깥쪽의 여건에 난기류가 만들어졌다.
이난기류는 증시내부로 밀려들면서 기관의 발목을 잡아채 수급불균형을
심화기키는 작용을 했다.
은행이나 투신사등 기관투자가들은 빡빡해진 자금사정탓에 매수세가 묶여
버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공급물량 소화가 힘겨운 상황을 만들어냈다.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력도 야금야금 줄어 "바닥"을 드러냈다. 개인투자자
의 매수세를 가늠하는 바로미터인 고객예탁금이 2조6천억원대로 연초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개별재료를 앞세운 중소형주들이 단기급등한뒤 당국의 조사설로 급락세로
돌아서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인데다 매기를 끌어당길 마땅한 "핑계"조차
없어져 시장을 더욱 한산하게 만들고 있다.
증시안팎의 사정이 빠른 시일안에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다. 증시
바깥쪽에서 불어오는 훈풍이나 증시내부의 매수세 증가 기대는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신규매수세로 기대되던 외국인투자한도확대도 환율과 통화사정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할 것 같다는 판단이다.
투신사의 외국인전용수익증권 1억8천만달러어치(약1천4백억원)가 이달중
발행될 예정이나 고갈된 매수세를 "해갈"시키는데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로
평가된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당분간 조정을 계속할수밖에 없다는게 증권계의 공통된
장세전망이다.
종합주가지수가 75일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진데 이어 1백50일선마저 위협
하는 정도에 이르러 단기적인 반등이 기대되는 상황이나 취약한 시장에너지
가 상승폭을 제약할 것이란 판단이다. 지수가 910-940선사이를 맴도는
기간조정이 이어진다는 예측이다.
단 주가가 바닥권에 이르렀고 장기상승추세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진단에 공감하면서 매수시점을 포착할 시기라고 보고있다.
눈여겨볼 종목으로는 대세상승을 앞장서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블루칩과 연중최저수준에 접근한 은행주를 손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정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