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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세계적 컴퓨터메이커인 NEC(일본전기).

이 NEC는 4만3,000여명의 종업원이 2조9,000억엔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는
거대기업이다.

외형상으로 볼때 반도체는 세계2위, 컴퓨터분야는 세계3위, 통신은 세계
5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 C&C(컴퓨터와 컴뮤니케이션)이라는 명확한 사업전략을
갖고 21세기를 준비중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세계최대의 멀티미디어업체
로 등장하는게 목표이다.

NEC는 "오늘의 기술, 내일의 기술, 모레의 기술"로 구분, 특유의 연구개발
체제를 구축해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이 NEC의 최고 경영진이 바뀌었다.

14년간 "장기집권"해온 세키모토씨가 회장으로 물러앉고 가네코 하사시
전무가 사장자리에 앉았다.

가네코사장이 이끄는 NEC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도쿄시내 시바에 있는
NEC본사를 찾아 새사장의 경영관을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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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김형철 <특파원> ]]]

-일본의 불경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각 회사들이 결산실적을 발표하고 있습니다만 일본의 경기는 대체로
바닥을 친 듯한 감이 듭니다. 물론 사람마다 시각이 다르겠지만 내년에는
좀더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반도체분야의 사업환경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

"NEC의 경우에는 바닥권을 벗어나 회복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매출액과
순이익이 다같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는 과거 어려웠던 시기에 해외
각지에 설비투자를 많이 했던게 지금와서는 빛을 보게된 겁니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로즈빌이나 스코틀랜드의 공장은 풀가동상태에
있습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는 반도체쪽이 활황입니다.

PC보급이 활발한 것도 수익개선의 견인력이 되고 있습니다. 정보화는 경제
전체에 중요한 인프라스트럭처인 셈인데 기업들은 점차 설비투자를 적극적
으로 재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변화로 NEC는 반도체사업이 크게 신장, 94년에는 흑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미.일간에는 컴퓨터업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컴퓨터업계에서는 정보화의 진전과 함께 다운사이징이 한창입니다.
컴퓨터업계는 구조적인 변화기를 맞은데다 불경기까지 닥쳐 고전했습니다.

세계의 컴퓨터업계는 이런 전환기에 어떻게 균형감각을 갖고 대처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미국의 IBM 역시 다운사이징에 열심입니다.

PC업계도 다운사이징에 적응하면서 시장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할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성장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일본기업들이 계속되는 엔고로 어렵다고 아우성들인데 NEC는 어떤
상황인가요.

"거품경기가 깨지는 과정에서 엔고까지 진행되고 있으니 기업들은 이중의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지요.

다행히 NEC의 경우 20~30년전부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현지에서 기술
개발도 하는등 글로벌화를 추진해 온 까닭에 엔고의 충격은 별로 크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세계 45개국에 97개거점(30개공장)을 갖고 있습니다"

-엔고역풍은 사실상 없다는 말씀이군요.

"전혀 없을수는 없습니다. 다만 엔고시대에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적인 이노베이션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기업세계에서는 중단없는 이노베이션이 필요합니다. 사업
영역도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쪽으로 옮겨가고 있어요.

이러한 이노베이션은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여 경쟁사와 차별화하려는 전략
입니다. 생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것 이외에도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보다 만족감을 높여줄수 있도록 고객만족(CS)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해외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수 있도록 현지에 맞는 생산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현지조달과 현지생산을 계속 늘려갈 계획입니다"

-첨단산업은 연구개발투자가 생명이라해도 과언은 아닌데 NEC의 R&D특징은
무엇입니까.

"연구개발이란 돈을 투자한다해서 당장 그 성과가 나오는게 아닙니다.
10~20년이 걸리는게 보통이에요.

우리는 10년동안의 연구결과 액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연구개발에는 연구소뿐 아니라 사업부도 공동 참여합니다.

저도 연구개발을 해온 사람이지만 연구성과를 거둘수 있는 환경, 관리환경
조성이 중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산업의 기반이랄 수 있는 기초연구가 중요합니다. 기반연구
를 지나치게 생략할 경우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요.

NEC는 연구개발을 착실하게 추진할 수 있는 연구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쪽에 연간 2천8백억엔을 쓰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상품화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연구개발담당자들의
고민거리인데요.

"그렇습니다. 연구개발에는 애정과 집념이 필요합니다. 중간에 사람이
바뀌거나 계획이 달라지면 혼선이 빚어집니다.

우리회사는 연구소와 사업부가 연구개발에 공동참여하는 점이 특색입니다.
연구소가 독자적으로 하는 프로젝트는 20%정도밖에 안되고 나머지 80%는
현장의 사업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것들입니다.

이런 경험을 오랫동안 축적, 나름대로의 성과를 올리는 노하우를 갖고
있습니다. 굳이 역할 분담을 한다면 사업부는 당장 써먹을수 있는 내일의
기술이나 상품을, 연구소는 "모레의 기술"쪽에 비중을 두는 점이라고나
할까요.

결국 기초연구에서 개발에 이르기까지 이런 특성을 이해하고 개인과 전체를
조화시킬 수 있는 관리를 하려고 합니다"

-요즘 각 언론매체들은 멀티미디어시대라고 떠드는데 그 실체는
무엇인가요.

"멀티미디어를 한단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여러 분야가 있습니다. 네트워크
분야, 인간과의 접점인 각종 단말기기, 그것을 지탱해주는 반도체,
소프트웨어등이 종합된 개념입니다.

멀티미디어란 우리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C&C, 즉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화
입니다. 세상은 변화하고 기술과 시장은 진보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지만 멀티미디어의 중핵은 역시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NEC는 이미 10년전부터 이런 분야에 뛰어들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NEC전체투자액중에서 멀티미디어관련분야의 비중은 어느정도
인가요.

"반도체투자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50%정도는 될 것입니다. 멀티
미디어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해 "멀티미디어추진본부"라는
별도 조직을 발족시켰지요.

현재는 20명의 전담인력을 두고 있지만 수년내에 1백명선으로 확충할
예정입니다.

매출액을 기준할 경우 1조5천억엔은 멀티미디어관련이라고 할수 있어요"

-사장으로 취임하시면서 나름대로 경영혁신계획을 세우셨을텐데요.

"NEC는 시장경쟁체제하에서 C&C라는 기업이념을 3년전부터 제정, 최적경영
시스템을 추구해 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보다 충실화시키고 구체화 시키려 합니다. 글로벌화로 해외
현지법인이 많은 만큼 어떻게 경영이념을 공유해 모두가 힘을 발휘할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 일본본사는 일본에 적합한 인사 경영관리를, 해외현지법인은
그곳의 풍습 제도 법등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식경영은 QC서클활동이 보여주듯 집단주의적인 문화입니다. 이에비해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문화는 개인주의가 강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조화시키는가가 국경없는 경제시대의 과제일 것입니다.
고객에게 최대의 만족을 줄수 있도록 일본문화를 진화시켜 국제화하는게
긴요합니다.

기업경영은 과거의 관행을 부정하지 않더라도 새로움을 추구하면 구각은
저절로 깨져 버립니다.

저는 전자미디어 정보화인프라스트럭처를 정비해 나가면서 모두가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해 나갈수 있는 경영에 비중을 둘까 합니다.

기업활동은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 수단은 커뮤니케이션이니까요"

-샐러리맨이면 누구나 좋은회사에 다니고 싶어하고 경영자들도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어하는데 좋은 회사의 조건은 어떤것일까요.

"좋은 회사의 기준이란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젊음을 살려
나가면서 새롭게 고용을 창출할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경영이란 인재와 기술이 중요합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낳고
육성할수 있는 이노베이션마인드를 전사원들에게 갖게 하는 환경조성입니다.

무조건 대기업병을 예방하라고 외쳐대기만 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전사원이 자발적으로 혁신을 추구할수 있도록 분위기를 갖추고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 할수 있지요.

이렇게 되면 역설적이지만 조직의 젊음을 유지할수 있어요"

-지금 미국산업계에서는 리엔지니어링바람이, 일본에서는 리스트럭처링
바람이 거센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제가 일본에 있을때만 해도 "저팬 애즈 넘버원"이라는 일본예찬론이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도 미국이 앞선분야나 좋은 것이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그랬던게
지금은 전혀 반대상황이 돼 있는것 같습니다.

기술도 진보했고 시장과 회사자체도 변했습니다. 하지만 경영은 계속성을
갖는 것으로 실체와 원칙은 같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만 앞서 얘기한대로 일본은 집단존중, 미국은 개인본위라는 문화의 차가
부각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는 일이 없어도 종업원의 목을 자르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을
미덕시하고 있으나 미국은 전혀 다릅니다.

이런 면에서 미국기업들은 IBM처럼 과감한 체질개선을 추구할수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한국 삼성과의 제휴관계는 어느단계까지 와 있나요.

"우선 서로를 알고 신뢰를 쌓아나가야 합니다. 상대방의 실력을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좋은 파트너관계로 발전해 나가는게 바람직하겠지요.

삼성전관측과 상호신뢰를 쌓아나가면 16MDRAM에서 64MDRAM, 더 나아가
기가비트에 이르기까지 협력해 나갈수 있을 것입니다"

가네코사장은 부인과의 사이에 3남을 두고 있는데 취미는 골프(핸디 23).

최근엔 틈이 날때마다 "신당시선"이라는 책을 펼쳐 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