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관료] (31) 제3편 정책수립 메커니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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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네들 지적재산권 침해로 고소할거야" 지난6월초 통신개발연구원
(KISDI) C연구위원이 평소답지 않게 전화통에다 대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전화상대는 산업연구원(KIET) P연구위원. 발단은 KISDI주최 "통신사업
구조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이틀 앞두고 KIET가 "정보통신사업 구조개선
방안"보고서를 언론에 돌린데서 비롯됐다.
체신부 의뢰로 오래전부터 연구해온 "우리 밥그릇"에 왜 끼어들고 있느냐는
항의였다.
게다가 KIET의 보고서내용도 그의 "작품"과 비스므레하게 돼있으니 베낀게
아니냐며 고성을 지른 것이다.
그러나 불만의 실체는 이게 아니었다. 상공자원부가 체신부주도의 정보
통신정책에 김을 빼려한다는데 있었다.
KIET는 상공자원부 산하, KISDI는 체신부 산하기관이다.
사실 두기관은 정보통신이라는 황금알을 놓고 각기 상공자원부와 체신부의
대리전을 치루고 있는 셈이다.
"산하연의 연구결과를 내세워 상공자원부는 한전등 산하기업을 통해 통신
사업을 넘보고 체신부는 기득권을 놓지지 않으려 한다" 아마도 이것이
올바른 관전법일지 모른다.
경제관료들이 산하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예의 통신정책은 점잖을 빼는 관료들의 속성에서 나온 것이다. 부처간
영역다툼을 공개적으로 일반에 내비치지 않겠다는 의도다.
산하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시키는 또다른 목적은 "나팔수"활용에 있다.
조세연구원이 지난달9일 발표한 "세제개혁방안"이 그런 예다.
이안은 재무부와 조세연의 공동작업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재무부는
대언론발표에서 발을 뺐다.
자료도 조세연 이름으로 만들고 발표도 조세연이 맡았다. 이렇게 연구소가
주체아닌 주체가 된것은 "사안이 워낙 민감해서"(재무부 N국장)다.
혹시 뭔가 잘못되더라도 "그 내용은 연구소의 안에 불과할 뿐 정책으로
채택된 건 아니다"라며 슬쩍 빠져 나갈수가 있다는 것이다.
나팔수를 앞세워 면피하고 애드벌룬을 띄워 여론을 떠보자는 속셈이다.
다음 유형은 특혜시비에 휘발릴 만한 사안의 "떠넘기기"다.
관료들의 떠넘기기 작전은 멀게는 지난89년 석유화학 투자조정때 업계에
민간발전협의회를 구성토록해 "자율"에 맡겼던 예를 들수있고 올초 제2이동
통신사업자 선정을 전경련에 일임해 버린데서 찾아볼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경제부처들의 정책사업 용역은 늘어만 가고 있다. 올들어
산하연이나 민간연, 대학교수, 법률.회계사무소등에 의뢰한 정책검토과제가
작년보다 약 30%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부처별로 평균 5건, 많게는 10건이상의 정책을 "용역화"하고 있다. 정책의
연구용역화가 "필수코스"처럼 돼 가고 있다는 증좌다.
물론 외주정책이 무조건 매도될 이유는 없다. 사회가 복잡다기화되고
변화가 빠른 시대에선 전문기관의 아이디어나 정책대안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게 사실이다.
객관성 확보를 위해 "중립적"인 기관에 정책연구를 의뢰할수도 있다.
"과거와 달리 행정이 점점 전문화 세분화돼 간다. 때문에 제네럴리스트인
관료는 스페셜리스트를 필요로 한다. 전문가의 도움없인 세부정책수립이
어렵다"(경제기획원 J과장)
또 외주정책은 민간의 자율이나 창의를 끌어내는 순기능도 있다. 예컨대
의료보험수가의 자율화가 그렇다.
보사부가 이제껏 기획원과 보사부간 협의를 거쳐 발표하던 의료보험수가를
앞으로 민간중심의 의료보험심사위에 일임키로 한것은 정책자율화의 큰
진전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공사계약 노임단가를 건설업협외와 같은 민간단체가 정하도록 한 최근의
재무부 결정도 긍적적인 측면이 많다.
문제는 외주정책의 순기능을 악용하는데 있다. 관료의 선입견을 배제
한다면서 용역기관 선택부터 중립과는 거리가 먼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환경처가 "지하수오염 영향조사및 관리방안"에 관한 연구를 의뢰한게
그렇다.
이 연구용역으 맡은 H엔지니어링사는 해당분야에 대한 노하우가 앞서있긴
하다.
그러나 환경처는 이 연구안이 정책으로 정식채택될 때 H사가 타업체에
비해 정보선점효과를 얻게 된다는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객관성"이 허울에 불과한 것은 용역비문제에서도 드러난다. KIET가 수행한
"항공산업 발전방향"연구는 항공우주공업협회에서 4천만원을 댔다.
기존업계의 이익집단인 협회의 돈으로 장기산업정책을 짠다는 것이다.
기존업체의 돈으로 만든 정책에서 신규진입을 허용할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삼성의 자동차신규진입을 논의했던 "자동차산업 발전전략"도 자동차공업
협회가 3억원을 주고 맡긴 것이다.
전략이 잘됐다 못됐다는 평가를 내리자는 것이 아니다. 삼성이 작년 일
노무라연을 끌어들여 진입찬성론을 유도해낸 것이나 피장파장이라는 얘기다.
부처간 연구중복으로 인한 예산낭비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핫이슈로
등장한 금융전업기업군이 좋은 예.
무려 세군데서 연구중이다. 경제기획원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무부는 조세연구원과 금융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의뢰처 다다익선의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정책
외주를 나쁘게만 볼건 아니다.
민간의 참여와 자율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보사부가 이제껏 기획원과 보사부간 협의를 거쳐 발표하던 의료보험
수가를 앞으로 민간중심의 의료보험심사위에 일임, 자율화시키겠다고 한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정부가 고시해왔던 공사계약 노임단가를 건설업협회와 같은 민간단체가
정하도록 한 최근의 재무부 결정도 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용역발주는 아직까지 "면피용"이 주종을 이룬다는게
국책연구소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이런추세가 계속될 경우 무책임행정의 피해는 국민과 기업이 입을수밖에
없다. 고양이 목에 자신있게 방울을 못다는 풍토에 이젠 브레이크를 걸때"
(KIET C책임연구원)라는 지적도 그중 하나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여기서도 요즘 관료두들겨패기가 유행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처럼 "면피버릇"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론
일본관료들도 첨단기술정책과 같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하는 사안은
민간연의 자문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경제정책을 남한테 미루는 예는 거의 없다. 나라를 짊어지고
가는 엘리트의 자존심문제라는 이유에서다.
"일본의 관료조직은 하나의 거대한 싱크탱크"라는 국민들의 인식도 큰힘이
된다. 물론 일본의 시스템이 모든것을 해결해 주진 않는다.
또 "정책용역을 무조건 매도할수는 없다"는 의견에도 수긍은 간다. 그러나
남한테 맡기기에 앞서 "모르면 공부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겠다"는
풍토가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국민들 사이에서도 "과천산정책은 믿을만하다"는 말이 나올테니
말이다.
자동차나 전자업계에서는 "로컬컨텐트(Local Content)"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이 현지산으로 인정받기 위해
채워야 하는 현지부품조달비율을 가리키는 말.
현지조립기업들은 이 비율을 달성, 현지산으로 인정받기 위해 갖은 힘을
쏟는다.
한국관료들의 정책입안에도 이 로컬컨텐트를 적용하면 어떨까. 일정비율
이상으로 외부안을 쓸경우 해당부처의 정책으로 인정치 못하게끔 말이다.
(KISDI) C연구위원이 평소답지 않게 전화통에다 대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전화상대는 산업연구원(KIET) P연구위원. 발단은 KISDI주최 "통신사업
구조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이틀 앞두고 KIET가 "정보통신사업 구조개선
방안"보고서를 언론에 돌린데서 비롯됐다.
체신부 의뢰로 오래전부터 연구해온 "우리 밥그릇"에 왜 끼어들고 있느냐는
항의였다.
게다가 KIET의 보고서내용도 그의 "작품"과 비스므레하게 돼있으니 베낀게
아니냐며 고성을 지른 것이다.
그러나 불만의 실체는 이게 아니었다. 상공자원부가 체신부주도의 정보
통신정책에 김을 빼려한다는데 있었다.
KIET는 상공자원부 산하, KISDI는 체신부 산하기관이다.
사실 두기관은 정보통신이라는 황금알을 놓고 각기 상공자원부와 체신부의
대리전을 치루고 있는 셈이다.
"산하연의 연구결과를 내세워 상공자원부는 한전등 산하기업을 통해 통신
사업을 넘보고 체신부는 기득권을 놓지지 않으려 한다" 아마도 이것이
올바른 관전법일지 모른다.
경제관료들이 산하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이유는 여러가지.
예의 통신정책은 점잖을 빼는 관료들의 속성에서 나온 것이다. 부처간
영역다툼을 공개적으로 일반에 내비치지 않겠다는 의도다.
산하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시키는 또다른 목적은 "나팔수"활용에 있다.
조세연구원이 지난달9일 발표한 "세제개혁방안"이 그런 예다.
이안은 재무부와 조세연의 공동작업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재무부는
대언론발표에서 발을 뺐다.
자료도 조세연 이름으로 만들고 발표도 조세연이 맡았다. 이렇게 연구소가
주체아닌 주체가 된것은 "사안이 워낙 민감해서"(재무부 N국장)다.
혹시 뭔가 잘못되더라도 "그 내용은 연구소의 안에 불과할 뿐 정책으로
채택된 건 아니다"라며 슬쩍 빠져 나갈수가 있다는 것이다.
나팔수를 앞세워 면피하고 애드벌룬을 띄워 여론을 떠보자는 속셈이다.
다음 유형은 특혜시비에 휘발릴 만한 사안의 "떠넘기기"다.
관료들의 떠넘기기 작전은 멀게는 지난89년 석유화학 투자조정때 업계에
민간발전협의회를 구성토록해 "자율"에 맡겼던 예를 들수있고 올초 제2이동
통신사업자 선정을 전경련에 일임해 버린데서 찾아볼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경제부처들의 정책사업 용역은 늘어만 가고 있다. 올들어
산하연이나 민간연, 대학교수, 법률.회계사무소등에 의뢰한 정책검토과제가
작년보다 약 30%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부처별로 평균 5건, 많게는 10건이상의 정책을 "용역화"하고 있다. 정책의
연구용역화가 "필수코스"처럼 돼 가고 있다는 증좌다.
물론 외주정책이 무조건 매도될 이유는 없다. 사회가 복잡다기화되고
변화가 빠른 시대에선 전문기관의 아이디어나 정책대안이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게 사실이다.
객관성 확보를 위해 "중립적"인 기관에 정책연구를 의뢰할수도 있다.
"과거와 달리 행정이 점점 전문화 세분화돼 간다. 때문에 제네럴리스트인
관료는 스페셜리스트를 필요로 한다. 전문가의 도움없인 세부정책수립이
어렵다"(경제기획원 J과장)
또 외주정책은 민간의 자율이나 창의를 끌어내는 순기능도 있다. 예컨대
의료보험수가의 자율화가 그렇다.
보사부가 이제껏 기획원과 보사부간 협의를 거쳐 발표하던 의료보험수가를
앞으로 민간중심의 의료보험심사위에 일임키로 한것은 정책자율화의 큰
진전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공사계약 노임단가를 건설업협외와 같은 민간단체가 정하도록 한 최근의
재무부 결정도 긍적적인 측면이 많다.
문제는 외주정책의 순기능을 악용하는데 있다. 관료의 선입견을 배제
한다면서 용역기관 선택부터 중립과는 거리가 먼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환경처가 "지하수오염 영향조사및 관리방안"에 관한 연구를 의뢰한게
그렇다.
이 연구용역으 맡은 H엔지니어링사는 해당분야에 대한 노하우가 앞서있긴
하다.
그러나 환경처는 이 연구안이 정책으로 정식채택될 때 H사가 타업체에
비해 정보선점효과를 얻게 된다는 부작용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객관성"이 허울에 불과한 것은 용역비문제에서도 드러난다. KIET가 수행한
"항공산업 발전방향"연구는 항공우주공업협회에서 4천만원을 댔다.
기존업계의 이익집단인 협회의 돈으로 장기산업정책을 짠다는 것이다.
기존업체의 돈으로 만든 정책에서 신규진입을 허용할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삼성의 자동차신규진입을 논의했던 "자동차산업 발전전략"도 자동차공업
협회가 3억원을 주고 맡긴 것이다.
전략이 잘됐다 못됐다는 평가를 내리자는 것이 아니다. 삼성이 작년 일
노무라연을 끌어들여 진입찬성론을 유도해낸 것이나 피장파장이라는 얘기다.
부처간 연구중복으로 인한 예산낭비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핫이슈로
등장한 금융전업기업군이 좋은 예.
무려 세군데서 연구중이다. 경제기획원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재무부는 조세연구원과 금융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의뢰처 다다익선의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정책
외주를 나쁘게만 볼건 아니다.
민간의 참여와 자율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보사부가 이제껏 기획원과 보사부간 협의를 거쳐 발표하던 의료보험
수가를 앞으로 민간중심의 의료보험심사위에 일임, 자율화시키겠다고 한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정부가 고시해왔던 공사계약 노임단가를 건설업협회와 같은 민간단체가
정하도록 한 최근의 재무부 결정도 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용역발주는 아직까지 "면피용"이 주종을 이룬다는게
국책연구소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이런추세가 계속될 경우 무책임행정의 피해는 국민과 기업이 입을수밖에
없다. 고양이 목에 자신있게 방울을 못다는 풍토에 이젠 브레이크를 걸때"
(KIET C책임연구원)라는 지적도 그중 하나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여기서도 요즘 관료두들겨패기가 유행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처럼 "면피버릇"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론
일본관료들도 첨단기술정책과 같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하는 사안은
민간연의 자문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경제정책을 남한테 미루는 예는 거의 없다. 나라를 짊어지고
가는 엘리트의 자존심문제라는 이유에서다.
"일본의 관료조직은 하나의 거대한 싱크탱크"라는 국민들의 인식도 큰힘이
된다. 물론 일본의 시스템이 모든것을 해결해 주진 않는다.
또 "정책용역을 무조건 매도할수는 없다"는 의견에도 수긍은 간다. 그러나
남한테 맡기기에 앞서 "모르면 공부하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겠다"는
풍토가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국민들 사이에서도 "과천산정책은 믿을만하다"는 말이 나올테니
말이다.
자동차나 전자업계에서는 "로컬컨텐트(Local Content)"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이 현지산으로 인정받기 위해
채워야 하는 현지부품조달비율을 가리키는 말.
현지조립기업들은 이 비율을 달성, 현지산으로 인정받기 위해 갖은 힘을
쏟는다.
한국관료들의 정책입안에도 이 로컬컨텐트를 적용하면 어떨까. 일정비율
이상으로 외부안을 쓸경우 해당부처의 정책으로 인정치 못하게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