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3월25일 마산공장 연구동 품평회장. 회사의 주요 경영진들이 새로
개발된 승용차를 평가하는 가장 비밀스런 장소이다. 이곳이 오랜만에
언론에 개방돼 1백% 국내기술로 개발된 엑센트가 외부에 첫공개됐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공장장 박병재부사장은 그러나 엑센트에 대한 설명
보다 개발팀에 대한 소개에 더많은 비중을 두는 것 같았다.

이충구부사장 김상권이사,그리고 벗겨진 머리를 감추려고 연신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디자인실장 박종서이사. 모두 현대 특유의 남청색 점퍼를 입은
탓인지 표정은 굳어보였으나 가끔씩 서로를 마주보며 가벼운 미소로 1백%
국산기술차량 개발의 의미를 나누고 있었다.

상용제품개발연구소장 김동우상무,승용제품개발연구소장 김채원상무를
포함한 이들은 얼굴만 보고도 서로의 차량개발컨셉트를 파악할 정도로
팀워크가 단단하다. 각임원들이 독특한 컬러를 갖고 있지만 그것이
이상할 정도로 조화가 된다. 현대자동차 조직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회사가 중역들에게 오더를 떨어뜨리면 중역들은 다시 간부사원에게
전권을 준다. 그리고 중역들은 바람막이에 나선다.

엑센트의 색상선정과정에도 정세영회장이나 전성원사장은 배제된채
개발담당 중역들과 실무진들이 모든 것을 처리해버렸다는 디자인실
여직원의 말이 이같은 분위기를 잘 설명하고 있다.

수출조직역시 팀으로 움직인다. 지난85년 미국시장에 엑셀을 처음
내보냈을 때도 이러한 임원들의 역할이 아니었으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런 임원들이 현재 수출조직을 이끌고 있다.

당시 미국진출 총책이었던 전사장을 비롯한 정달옥전무(미주법인 사장)
이유일전무(캐나다법인 사장) 김양수전무(구주 아태담당)등이 그들이다.

올해부터 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뢰명전무도 수출기획과 수출상품
기획에서 뼈가 굵은 사람이다. 현대건설출신 "해외통"으로 뒤늦게 이
대열에 참여한 백효휘부사장이 이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가 어느 종합상사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
한다. 특히 개척정신과 조화된 신중함이 이들의 장점이다.

김뢰명전무의 모습에서 이들의 자신감은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퇴근시간
이후까지 회사에 남아있어 본적이 거의 없다. 근무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
주의이다.

현대자동차에서 영어실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그는
정회장의 영문원고작성은 물론 외국손님 접견에 꼭 참석하는 측근이다.

내수판매는 노관호부사장을 정점으로 홍두표전무(영업관리실장) 추신일
전무(승용담당) 최정윤전무(상용담당)등이 뒤를 받치고 있다. 현재
공장관리본부를 맡고 있는 김수중부사장도 내수판매의 핵심인물이었다.

이들의 장점은 결코 "앉아서 챙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내에서
만나보기 힘든 것도 발이 부르틀 정도로 현장을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사원들과의 대화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둔다. 업계 처음으로
영업사원들이 일반직으로 전직할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킨 것도 노부사장
김부사장을 비롯한 이들의 노력 덕분이다. 후발업체인 현대가 포니이후
시장주도역할을 놓치지 않은 것은 제품의 우수성에도 있겠지만 이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현대자동차 내수조직은 홍전무의 합리성과 추전무의 유연성이 조화를
이뤄 더욱 빛난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관리부문은 이진항감사를 정점으로 한다. 몰려오는 결혼식주례 부탁을
결코 마다한 적이 없는 그의 온화한 성격이 매출 10조원을 내다보는
거대기업의 관리체제를 안정되게 잡아놓았다. 지금도 관리의 굵은 일을
맡아보고 있다.

그의 뒤를 잇는 것이 이방주전무 윤국진상무 김판곤상무. 관리본부장
이전무는 국내제조업체에서는 국제금융을 가장 잘아는 인물가운데 하나다.

현대자동차의 국제금융부를 만든 주역일뿐 아니라 5만대규모의 포니공장
에서 1백15만대 규모의 지금까지 내외자를 적기에 끌어댄 것은 그의 능력
덕택이다. 연극인 고 이해랑씨의 아들로 연극을 좋아한다.

공장은 새벽5시부터 뛰어다니는 박병재부사장을 핵으로 이충구부사장
(기술개발담당) 김수중부사장(관리본부장) 이수일전무(자재담당) 한상준
전무(엔진기어공장장) 박광남전무(시스템개선담당)를 비롯,김원일 이헌영
이명군 신도철상무등 엔지니어출신 임원들이 각 단위공장장을 맡아
운영된다.

공장 엔지니어출신 중역으로 가장 눈에 띠는 사람은 한상준전무로
엔진기어의 공급이 부족할 경우 근로자들의 점심시간을 30분으로 줄일수
있을 정도로 아래의 신임을 얻고 있는 인물이다.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경영진에는 학연 지연 등
이렇다할 파벌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정회장이 고대교우회장을 맡을
정도여서 고대출신들이 두드러지게 약진할 것으로 외부에서는 보고
있으나 실제로는 72명의 임원중 고대 출신은 13명이다.

이는 서울대 19명, 연세대 13명, 한양대 12명보다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 이밖에 성균관대 인하대 경희대 영남대 출신이 각각 2명씩 자리를
잡고 있고 전성원사장과 장낙용부사장이 해군사관학교 선후배간이라는
것이 이채롭다. 정회장이 나온 보성고 출신은 임원중에 아예 없다.

전공별로는 이공계 출신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해 72명의 임원중 47.2%인
34명에 달하며 자동차업체 답게 이중 기계과 출신이 21명이다. 경상계
출신도 33.3%인 2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