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루비콘강을 건널 것인가. 미달러화는 21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일본엔화에 대해 2차세계대전후 50여년만에 최저수준인 달러당
99.85엔으로 폭락, 건너기 힘들 것으로 여겨져왔던 1백엔대를 깨뜨렸다.

미연준리(FRB)가 시장개입에 나선데 힘입어 달러화는 100.35엔으로 폐장
됐지만 언제든지 다시 평가환율(Parity rate)로 꼽고 있는 1센트=1엔, 즉
달러당 1백엔대를 돌파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의 돌연한 폭락세는 유럽에서 1백1엔대에서 공방을 벌이던 중
외환투자자들이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움직임이 보이지 않은데 자신감을
얻고 달러화투매에 나섬으로써 촉발됐다.

유럽시장분위기를 이어 받은 뉴욕시장에서도 달러화하락세가 이어졌고
4월중 미국의 무역적자가 예상보다 큰폭인 것으로 밝혀지자 1백엔대를
돌파하는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발표된 4월중 미국의 무역적자는 84억달러로 3월에 비해 22.1%나
확대됐다. 당초 전문가들은 4월의 미국무역적자가 77억달러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었다.

외환시장전문가들은 이같은 달러화약세를 막는 길은 단기적으로
중앙은행들의 시장개입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날 FRB의 개입으로
달러화가 다소 회복된 것이 그같은 분석을 뒷받침해 준다.

외환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그러나 한나라보다는 주요선진국은행들의
협조적인 외환시장개입이다. 지난 5월4일 FRB를 비롯한 19개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달러화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거의 5백억달러를 쏟아부으며
달러화방어에 공동보조를 취했었다.

그결과 달러화는 회복세로 돌아서 5월초까지 1백5엔대를 유지하는 탄력을
얻었던 경험이 있다. 일부시장전문가들은 중앙은행들이 나서지 않으면
달러화는 95엔선까지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프레드 버그스텐 미국제경제연구소소장의 96엔예견이 실현될 것이라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결국 중앙은행들이 달러화하락을 막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에 중앙은행들의 공동시장개입이 장기적으로 달러화하락을
막을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제상황과 국제금융시장의 자금
흐름구조가 중앙은행들의 개입을 무기력하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막대한 대미무역흑자로 달러화가 쌓이고 있는데도 거품경제의 붕괴로
혼이 난 일본투자가들의 해외투자의욕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같은 주장의 논리적 배경이다.

여기에는 인플레재발을 우려한 FRB의 계속적인 금리인상으로 미국의
채권및 주식시장의 인기가 급락하고 있는 것이 뒷받침하고 있다. 때문에
외국투자자들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요 투자기금들도 미국금융시장으로
부터 탈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달러표시금융상품의 매각이 쏟아지고 있고 그 결과 외환시장
에서 달러화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돌고 있는 것이다. 최근 수일간 외환
시장에 나오는 달러화는 평상시보다 2~3%가 많은 것으로 외환딜러들은
전하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달러화하락을 저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FRB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꼽고 있다. 성급하게는 오는 7월5일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에서 FRB가 올들어 5번째 금리인상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금리인상은 회복의 갈림길에서 겨우 턱걸이하고 있는
미국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일 수도 있어 FRB의 딜레마로 지적되고
있다.

<이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