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관료] (13) 제2편 그들은 누구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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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냉동식품의 유통기한은 30일로 한다". 식품공전에 나와있는 조항이다.
보사부는 최근 일부 미국산수입소시지를 폐기처분했다. 규정된 유통기한을
넘긴 것들이어서다.
미국의 해당업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정부까지 가세하고 나서 한미
통상마찰로까지 비화돼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45일안팎으로 하고있는 유통기한이 한국에서만 왜 30일
이냐는게 미국측 주장이다. "30일"은 먼 옛날 일본에서 쓰던 기준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사실 식품공전은 20년전 일본것을 본떠 만든 것이다. 냉동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왔으나 이 규정은 고쳐지지 않았다. 한국의 경제법령은 이렇게 일본
것을 금과옥조처럼 베낀게 많다.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법령으로 꼽히는 외국환관리법도 예외가
아니다. 이 법은 1936년에 만들어진 일본의 "외환도피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일본정부가 지난80년대초 이 법을 개정해 "신외환법"을 내놓자 92년
이를 다시 받아들여 손질한게 지금의 외국환관리법이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최근 논란을 빚고있는 민자유치법도 일본에 "모범
답안"이 있다. 지난86년 일본에서 제정된 "민활법"이 그것이다. 상공자원부
와 건설부가 마지막 손질을 하고있는 유통단지개발촉진법도 일본관련법이
모법으로 받들여지고 있다.
"신경제 5개년계획"에 따라 각종 경제법령의 제정과 개정이 잇따르면서
"일본베끼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느낌이다.
"잘 모를 때는 일본이 하는 것만 따라하면 큰 실수가 없더라"(경제기획원
S과장). "법안을 기안해서 상사에게 보고할라치면 "일본에 있는 법이냐
아니냐"부터 묻는다. 일본에 없는 것이면 결재받는데 애를 먹는다"(보사부
Y사무관).
업계가 보는 시각은 또 다르다. "일본 것만 제대로 베껴도 더 바랄게
없겠다. 대부분 골격은 일본것을 따오면서도 ''다음 각호는 장관고시로
정한다''는 식으로 세칙을 흐리멍덩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 결과로 해당부처
는 끗발이 생길지 몰라도 법령의 불투명성으로 우리경제는 골병만 든다"
(K제약 L부장)는 불만이 나온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일본을 베끼는 사람이 대부분 미국유학파라는 점이다.
한국의 경제관료중엔 그만큼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다. 자칭
지미파들도 꽤 있다.
경제정책의 산실이라고 할 수있는 경제기획원을 보자. 4급(서기관)이상
간부 1백56명(공정거래위원회 포함)중 절반가까운 73명이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두사람중 한명은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재무부도 지미파다툼에선 뒤지지 않는다.
4급이상 78명중 무려 40명이 미국유학을 다녀왔다. 상공자원부는 아예
"미국대학 동창회"라고 할 수있을 정도다.
사무관부터 따지면 해외유학한 1백24명중 93명이 미국에서 공부했다.
두번째로 많은 프랑스유학생이 9명에 지나지 않는걸 봐도 미국선호성향이
금세 드러난다.
농림수산부는 해외박사 11명중 10명이, 노동부는 해외유학자 19명중
12명이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다. 환경처도 31명의 해외파중 23명이
미국석.박사다.
이처럼 미국유학파들이 많다보니 특정미국대학의 학맥이 형성되기도 한다.
재무부는 40명의 미국유학생 출신가운데 11명이 벤더빌트대(테네시주)를
나와 "벤더빌트 사랑방"으로 불린다.
경제기획원은 6공말기 시라큐스대출신의 김영태씨 박유광씨 김인호씨등이
나란히 1급을 맡아 "시라큐스 3인방"으로 통하기도 했다. "승진하려면
벤더빌트나 시라큐스를 다녀오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런 사람들이
일본을 베끼고 있다. 미국에서 배운 것은 "배웠다"는 데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좀 심하게폄하하면 "미제밥통에 일본쌀로 국적불명의 밥을 짓는"
어정쩡한 국제트기가 한국의 경제관료라는 얘기다.
"유학은 미국에서, 정책수립은 일본을 베껴서"라는 식의 "따로국밥"이 된
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공부하기야 미국보다 나은 곳이 없다. 우선
유럽이나 일본처럼 학위따기가 어렵지 않다. 국내에 들어와선 미국간판으로
연도 맺을 수있고 그래야 출세도 쉽다. 다만 정책은 "편하게 하려다보니"
일본것을 베끼게끔 된 것이다. 경제토양이 우리완 다른 미국것을 가져
오자면 힘들건 뻔한 이치다. 요컨대 한국의 경제관료는 "생모는 한국,
양모는 미국인데 행태는 일본인"으로 변해 있다는 것이다.
미MIT대 암스덴교수는 한 논문에서 지난 70-90년중 미국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일본은 3백5명인데 비해 한국은 무려 8백1명에
이르더라는 통계를 제시했다. "독.일스타일의 정부주도형 후발공업화 모델로
성장해온 한국의 경제지도층 인사들 대부분이 자유주의형 영미모델을
가르치는 미국에서 공부했다는건 한국의 불행"이라는 분석과 함께.
행태자체는 규제위주의 행정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입으로는
국제화 개방화를 외치는 어정쩡한 모습이 한국경제관료들의 자화상이라는
말이다.
미제밥통속의 일본쌀-. 일본쌀에도 종류가 많다. 햅쌀일등미만 고른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창고속에서 몇해 묵은 정부미만 고르고있으니 딱할
뿐이다.
보사부는 최근 일부 미국산수입소시지를 폐기처분했다. 규정된 유통기한을
넘긴 것들이어서다.
미국의 해당업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정부까지 가세하고 나서 한미
통상마찰로까지 비화돼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45일안팎으로 하고있는 유통기한이 한국에서만 왜 30일
이냐는게 미국측 주장이다. "30일"은 먼 옛날 일본에서 쓰던 기준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사실 식품공전은 20년전 일본것을 본떠 만든 것이다. 냉동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왔으나 이 규정은 고쳐지지 않았다. 한국의 경제법령은 이렇게 일본
것을 금과옥조처럼 베낀게 많다.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법령으로 꼽히는 외국환관리법도 예외가
아니다. 이 법은 1936년에 만들어진 일본의 "외환도피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일본정부가 지난80년대초 이 법을 개정해 "신외환법"을 내놓자 92년
이를 다시 받아들여 손질한게 지금의 외국환관리법이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최근 논란을 빚고있는 민자유치법도 일본에 "모범
답안"이 있다. 지난86년 일본에서 제정된 "민활법"이 그것이다. 상공자원부
와 건설부가 마지막 손질을 하고있는 유통단지개발촉진법도 일본관련법이
모법으로 받들여지고 있다.
"신경제 5개년계획"에 따라 각종 경제법령의 제정과 개정이 잇따르면서
"일본베끼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느낌이다.
"잘 모를 때는 일본이 하는 것만 따라하면 큰 실수가 없더라"(경제기획원
S과장). "법안을 기안해서 상사에게 보고할라치면 "일본에 있는 법이냐
아니냐"부터 묻는다. 일본에 없는 것이면 결재받는데 애를 먹는다"(보사부
Y사무관).
업계가 보는 시각은 또 다르다. "일본 것만 제대로 베껴도 더 바랄게
없겠다. 대부분 골격은 일본것을 따오면서도 ''다음 각호는 장관고시로
정한다''는 식으로 세칙을 흐리멍덩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 결과로 해당부처
는 끗발이 생길지 몰라도 법령의 불투명성으로 우리경제는 골병만 든다"
(K제약 L부장)는 불만이 나온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일본을 베끼는 사람이 대부분 미국유학파라는 점이다.
한국의 경제관료중엔 그만큼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다. 자칭
지미파들도 꽤 있다.
경제정책의 산실이라고 할 수있는 경제기획원을 보자. 4급(서기관)이상
간부 1백56명(공정거래위원회 포함)중 절반가까운 73명이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땄다. 두사람중 한명은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보수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재무부도 지미파다툼에선 뒤지지 않는다.
4급이상 78명중 무려 40명이 미국유학을 다녀왔다. 상공자원부는 아예
"미국대학 동창회"라고 할 수있을 정도다.
사무관부터 따지면 해외유학한 1백24명중 93명이 미국에서 공부했다.
두번째로 많은 프랑스유학생이 9명에 지나지 않는걸 봐도 미국선호성향이
금세 드러난다.
농림수산부는 해외박사 11명중 10명이, 노동부는 해외유학자 19명중
12명이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다. 환경처도 31명의 해외파중 23명이
미국석.박사다.
이처럼 미국유학파들이 많다보니 특정미국대학의 학맥이 형성되기도 한다.
재무부는 40명의 미국유학생 출신가운데 11명이 벤더빌트대(테네시주)를
나와 "벤더빌트 사랑방"으로 불린다.
경제기획원은 6공말기 시라큐스대출신의 김영태씨 박유광씨 김인호씨등이
나란히 1급을 맡아 "시라큐스 3인방"으로 통하기도 했다. "승진하려면
벤더빌트나 시라큐스를 다녀오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런 사람들이
일본을 베끼고 있다. 미국에서 배운 것은 "배웠다"는 데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좀 심하게폄하하면 "미제밥통에 일본쌀로 국적불명의 밥을 짓는"
어정쩡한 국제트기가 한국의 경제관료라는 얘기다.
"유학은 미국에서, 정책수립은 일본을 베껴서"라는 식의 "따로국밥"이 된
데는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공부하기야 미국보다 나은 곳이 없다. 우선
유럽이나 일본처럼 학위따기가 어렵지 않다. 국내에 들어와선 미국간판으로
연도 맺을 수있고 그래야 출세도 쉽다. 다만 정책은 "편하게 하려다보니"
일본것을 베끼게끔 된 것이다. 경제토양이 우리완 다른 미국것을 가져
오자면 힘들건 뻔한 이치다. 요컨대 한국의 경제관료는 "생모는 한국,
양모는 미국인데 행태는 일본인"으로 변해 있다는 것이다.
미MIT대 암스덴교수는 한 논문에서 지난 70-90년중 미국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일본은 3백5명인데 비해 한국은 무려 8백1명에
이르더라는 통계를 제시했다. "독.일스타일의 정부주도형 후발공업화 모델로
성장해온 한국의 경제지도층 인사들 대부분이 자유주의형 영미모델을
가르치는 미국에서 공부했다는건 한국의 불행"이라는 분석과 함께.
행태자체는 규제위주의 행정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입으로는
국제화 개방화를 외치는 어정쩡한 모습이 한국경제관료들의 자화상이라는
말이다.
미제밥통속의 일본쌀-. 일본쌀에도 종류가 많다. 햅쌀일등미만 고른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창고속에서 몇해 묵은 정부미만 고르고있으니 딱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