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미대통령이 대극동무역정책에서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극동의 두 경제대국 일본과 중국에 대해 섣불리 강공책을 폈다가 예상이상
의 반발에 직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두나라와 통상마찰을 해소
하고는 싶으나 그럴만한 명분이 없고 끝까지 강하게 밀어부치다가는 무역
전쟁이 터질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정책방향을 바꿔 일본과 중국측에 양보할 경우에는 정책의 신뢰성을 잃어
여론의 비난을 면할수가 없다. 강공책을 고수, 무역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면 미국경제 역시 중.일못지않게 피해를 입게 돼 양자택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취임후 먼저 일본에 대해 공격적인 시장개방정책을 펼쳤다.
지난해 7월 일본과 포괄경제협상을 개시하면서 수입목표치를 숫자로 공식화
하라는 수치목표제를 일본에 강요했다. 무역보복위협을 앞세워 압력을
가하면 일본이 미국요구를 수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상황은 그러나 클린턴의 판단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수치목표요구를 전형적인 관리무역행위라고 비난하면서
협상이 시작된지 거의 1년이 다되도록 이를 수용치 않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슈퍼301조를 통해 대일무역보복에 나서겠다는 강공책을
고수하고는 있으나 보복과 역보복의 무역전쟁으로까지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내심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아태경제협력체(APEC)의 강화등을 통해 아시아국가들과 경제협력관계
를 긴밀히 하고 있는 마당에 일본과 무역전쟁을 벌인다면 미국의 대아시아
관계는 소원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대일공격수위를 낮추기에는 클린턴행정부의 자존심이 용납치
않고 무엇보다 의회와 여론의 눈치도 살펴야돼 함부로 대일정책을 바꿀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같은 상황은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클린턴대통령은 인권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중국에 대해 무역최혜국대우
(MFN)를 철회하겠다는 방침을 내외에 천명해놓고 있다.

중국의 총수출액중 대미수출비중이 거의 40%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자신의 인권개선요구를 받아들일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판단에서
이같은 대중강공책을 펼쳤다.

그러나 중국의 역공이 의외로 강해 클린턴대통령을 당황시키고 있다.

중국정부는 미국의 인권문제거론은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면서 MFN을
철회할 경우 가능한 모든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오히려 위협하고 있다.

MFN철회여부는 경제의 핵폭탄으로 불릴 정도로 미국과 중국경제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상의 금수조치인 MFN철회는 중국의 대미수출이 180억달러 감소하는
결과를 낳는다. MFN철회에 맞서 중국이 미기업들의 중국시장진출을 금지
하고 대미수입을 제한할 경우 미기업들은 지금까지 중국에 투자해 놓은
70억달러를 몽땅 잃을수 있다. 또 대중국수출산업에 종사하는 16만여명의
미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당장의 손실말고도 앞으로 세계최대시장이 될 중국시장을 잃게 돼 함부로
MFN을 중단할수 없는게 클린턴의 최대고민이다.

미국의 정치전문가들은 클린턴대통령이 아시아에 대한 무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3년사이에 미국에 대한 일.중의 경제적영향력은 크게 달라졌는데도
클린턴대통령이 이를 무시한채 과거의 밀어부치기식으로 두나라에 접근,
스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전략및 국제연구센터(CSIS)의 하트랜드
선버그수석연구원은 말한다.

이제는 상대국의 태도변화를 강요하는 대신 미국 스스로가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꼬집고 있다.

<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