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의 간판PD 박철씨(56)가 현직연출가로서는 국내 처음 이사대우의
자리에 올랐다.

박씨는 "사랑이 뭐길래" "엄마의 바다"등 주말연속극을 연출, 시청율
제조기로 불려온 드라마 전문프로듀서.

"그간 제작일선에 있는 PD들이 관리직으로 전향한 사람들보다 승진에 있어
홀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에요.

이번인사를 계기로 현장 종사자를 우선시하는 새 풍토가 조성돼 무엇보다
흐뭇합니다. 후배들의 사기를 올려줘서 기쁜만큼 책임감도 많이 느낍니다"
박씨는 현업PD를 이사대우로 발탁한 금번 MBC의 조치가 제작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전문성을 보장하는 길을 열어놨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경남밀양태생인 박씨가 방송가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67년 공채로 KBS에
입사하면서부터. 고려대법대를 나온뒤 당시로서는 뉴미디어로 인식될 만큼
미개척 분야였던 TV에 청춘의 호기심이 발동해서였다고. "드라마의
마이다스"로서의 삶은 69년 MBC개국 연출가로 자리를 옮기면서 시작됐다.

주로 작가 김수현씨와 콤비를 이뤄 "새엄마" "행복을 팝니다" "사랑과
진실" "사랑이 뭐길래" 등의 인기프로를 만들었다. 특히 "사랑과 진실"
"사랑이 뭐길래"등이 방송될 때는 가정의 수도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고
중국집에서 배달을 사절했다는 일화를 낳기도 했다. "시청율 제조기"란
별명은 그래서 붙여진 것.

"시청자와 동떨어진 방송이란 전파낭비에 불과합니다. 그들과 같이 호흡
하는 방송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재미 있어야 하죠. 물론 그렇다고 흥미
만으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방송의 유용성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재미와 유익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것이 제작자들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자신이 만든 드라마를 놓고 일었던 저질시비에 대한
백전노장의 응수이자 방송관이다.

평소 캐주얼복장을 즐겨하는 그에게 최근 넥타이를 매여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기고 있다. "엄마의 바다"로 PD협회에서 수여하는 연출상과 백상
예술대상 TV부문 연출대상을 잇따라 수상한데다 정장을 해야하는 직위에도
올랐기 때문. 박씨는 "아직은 넥타이가 불편하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윤성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