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5일 청와대에서 제8회 신경제추진회의를 갖고 경제부처 공무원
들을 현장에 파견하는 등 경제행정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위한 대대적인
의식개혁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신경제추진회의 치고는 이례적으로 "의식개혁"이란 추상적인 주제가
등장한 것은 경제공무원들의 의식개혁 없이는 경제행정규제완화등 제도적인
개혁작업이 실효를 거둘수 없다는 점을 반증한다.

김영삼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지난 1년동안 경제행정규제를 꾸준히 추진
해왔는데도 국민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도 기업처럼
리엔지니어링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의식개혁이 시급함
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정재석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이 경제
행정을 최대의 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보고한 것도 같은 맥락
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날 각 부처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경제공무원들을 현장에 파견해
정책 결정에 참고토록 하겠다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마치 기업들이
판매 현장에 직원을 보내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 처럼 국민들을
고객처럼 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일단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수
있다. 기업으로 치자면 "고객만족운동"인 셈이다.

정부가 이처럼 현장체험을 강조하는 것은 계속되는 사정 개혁으로 "복지
부동"상태인 공무원들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해석할수도 있다. 특히 기업
들과의 접촉이 많은 부처일수록 이런 현장체험 프로그램이 많다.

정책수단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재무부가 재무행정규제혁신위원회를 설치
하고 재무부 공무원을 민간에 출장 파견해 현장감있는 정책을 수립토록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공자원부가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위해 "대외거래
애로신고센터"를 설치하거나 PC통신망을 통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수집하는
전자신문고를 두기로 한데서도 경제공무원들의 이미지를 개선하기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시대를 맞아 농림수산공무원들이 1주
동안 직접 선도농어가를 방문해 숙박하거나 영농실습을 통한 현장체험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획기적인 발상이라 할만하다.

교통부에서 일본 중국 동남아지역에 취항하는 외항선에 공무원들을 승선
시켜 현장체험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한 것도 경제현장을 직접 체험해 정책에
반영하라는 주문이라 할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제분야공무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한직취급을
받아온 지방의 경제공무원에게 경제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이들의 의식개혁
없이는 지방경제의 활성화를 이룰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통상아카데미를 설치해 국제경제 전문공무원을 육성키로 한것이나 전라남도
가 기업유치기획단을 두기로 한것도 일단 발상의 전환으로 볼수 있는 대목
이다.

이런 의식개혁 프로그램은 일단 위로부터의 개혁방식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는게 관건이다. 가뜩이나
움츠려들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의식개혁"만을 강조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수도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공무원에 대한 처우개선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이는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