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대기업들의 자금담당임원들은 좀 "이상한" 손님들에게 시달리는
일이 잦아졌다. 듣도보도못한 회사의 대표 명함을 지닌 허술한 옷차림의
"손님"들이 자금담당임원들에게 하는 말은 "내가 갖고있는 돈을 아주 싼
이자로 줄테니 한번 생각해보자"라는 내용. 자금담당임원들을 황당하게
하는 것은 이들이 제시하는 돈의 규모나 금리수준이 상상을 뛰어
넘는다는데 있다.

이들 "이상한"손님들을 여럿 만났다는 그룹의 한 임원은 "이들이 제시하는
금액이 보통 수천만원대에 이른다"며 "어떤사람은 몇조원까지 빌려주겠다며
현혹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대출조건도 파격적이다. 대부분 10년
에 연6%나 연8%선을 제시하고 심지어는 30년까지도 자금을 빌려주겠다고
유혹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미의 가시"처럼 이들의 제의에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대출을
해줄 경우 먼저 6%선의 선이자와 6%의 커미션을 달라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처음엔 "혹시나"하는 마음도 가져보기도하지만 커미션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이들을 "사기꾼"으로 간주,더이상 대화를 진전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장미를 따려다 가시에 물리면 곤란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들과 좀 깊이 얘기하다 보면 이들이 권력형사기꾼
과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대화중에 "내주변에
실력자가 있다""당신의 상관을 잘안다"는 식으로 은연중에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 한다는 것.

이들은 또 자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같은 방식의 사채자금
대출이 정부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선전하기도 한다. 정부가 지하자금을
양성화하기위해 사채를 장기저리로 기업에 빌려줄 경우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이다.

이런 "이상한" 사람들이 대기업주변에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은 작년말부터
란게 대기업주변의 얘기다. 한 관계자는 "실명제로 인해 제도권으로 들어
가지 못한 자금들이 이런 변칙적인 방법으로 제도권 진입을 시도하고있는
것같다"고 풀이한다. "이상한" 사람들은 거액자금을 운용하는 사채업자
이거나 실명화하지못한 거액자금을 갖고있는 "큰손"들의 자금운용대행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실명제로 인해 비실명자금을 운용할 길이 막힌데다 작년말부터 시중자금이
사상 유례없이 풍부한 현상를 보임에 따라 이들은 더욱더 자금을 운용할
길이 좁아들었고 결국 대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발로 뛰기시작한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일부 사채업자들은 자신은 현금보다 채권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이를 현금이나 대기업발행어음과 교환하자는 제의도 한다는 측면
에서 이같은 "추론"은 더욱 설득력있게 들린다.

이같은 "이상한"현상과 관련 정부관계자는 "기업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커미션을 요구해 이를 가로채는 것은 비제도권 사채업자들의
전형적인 사기수법"이라며 "앞으로 기업들이 사채시장 거래할때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