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5일 “이번 계엄 사태로 성장 경로 전망을 바꿀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제적 금리 인하는 경제 전망이 바뀌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새로운 정보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이 총재는 “(계엄 사태가) 올해 2.2%, 내년 1.9% 성장의 경로를 바꿀 정도의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며 “오히려 미국 새 정부의 경제 정책과 수출 모멘텀, 경쟁국과의 관계 등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어도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원·달러 환율과 관련해선 “약간 오른 상태지만 새로운 충격이 없다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5원 오른 1415원10전을 기록했다.이 총재는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해외의 충격이 더 큰 것 같다”며 “국내에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데 해외에선 전혀 기대하지 않은 일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등 대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연락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번 사태가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줄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이 총재는 “정치적 이슈가 경제 펀더멘털 문제와 완전히 분리된 상황”이라고 했다.강진규 기자
경제 위기에 대비해 금융회사에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비상계엄 후폭풍’에 무산될 위기에 몰렸다. 경제 위기 대응 수단이 정치 위기 때문에 시행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등 주요 경제·금융 정책이 표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5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이달 초 예정됐던 금안계정 도입을 위한 논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탄핵 정쟁에 휩싸이면서다.금안계정은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돌발 상황에서 정상적인 금융사가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처했을 때 위기가 확산하지 않도록 미리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다. 예금보호기금을 활용하며 보증 형식으로 최대 124조원가량을 금융사에 공급할 수 있다.금안계정을 설치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국회에 발의돼 있다. 정무위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예보법 개정과 함께 금안계정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예금자 보호 한도를 올리면 예금이 대형 저축은행으로 쏠려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이 위기를 겪을 수 있는 점도 금안계정 논의를 병행하는 이유로 꼽혔다. 현재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은 정무위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에서 언제 처리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상법에 규정하자는 야당 방침에 대응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은 더 큰 난관을 겪을 전망이다. 정부·여당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사 합병 등의 경우에 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상법 개정에 비해 기업의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위원회 위원장을 차기 정부의 ‘무역 및 제조업 선임 고문’으로 내정했다. 나바로 전 위원장은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 함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관세 정책 등을 추진한 보호무역주의자다. 라이트하이저가 이번 정부에서 입각하지 않은 만큼 나바로 전 위원장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통상 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트럼프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내 첫 임기 때 ‘미국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두 가지 신성한 원칙을 집행하는 문제에 관해 나바로 전 위원장보다 더 효과적이고 끈질기게 일한 사람은 없었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같은 불공정한 무역협정을 재협상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그의 임무는 제조업과 관세, 무역 의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나바로 전 위원장은 경제학자 출신이다. 트럼프 1기 때 시작된 대중 무역전쟁을 기획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바로 전 위원장과 그리어 지명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향후 공조해야 하지만 이들의 성향은 조금씩 다르다. 나바로 전 위원장과 그리어 지명자는 관세 도입 자체를 선호하고 통상 협상을 해봤지만 러트닉 지명자는 관세를 지지하지만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쪽에 조금 더 기울어 있으며 통상 협상 경험이 없다. 나바로 전 위원장과 라이트하이저는 다소 경쟁적인 관계였던 만큼 라이트하이저 비서실장 출신인 그리어 지명자와 나바로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