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자씨 금융사고에 연루된 은행에 대해 은행장을 직접 퇴진시키기로 한
초강경조치가 나온 것은 실명제 위반에 대한 경고차원으로 해석된다. 현재
확인된 사고금액 2백93억9천4백만원, 금융기관 피해 예상금액은 70억6천2백
만원으로 금액면에선 그리 크지 않은 이번 사고에 행장 문책을 동원한
결정적인 배경으로는 실명제 위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대통령도 장씨사고와 관련,금융기관들이 실명제를 위반한데 대해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홍재형 재무장관이 24일 금융사과와 관련,최고
경영층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발언을 한것도 이같은
청와대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게 주위의 시각이다.

개혁을 기치로 내건 새정부는 개혁의 핵심과제로 작년 8월 실명제를 실시
했고 실명제 조기정착을 위해 애를 써왔다. 그러나 실명제실시이후 단자사
들에서 소소한 위반행위가 적발됐고 급기야 두 은행이 , 그것도 장씨관련
거래에서 실명제를 위반함으로써 실명제가 절름발이라는 지적이 일었던게
사실이다.

정권의 운명을 걸고 실시한 제도가 1년도 안돼 유린당하는 것을 청와대
에서 그냥 넘길 수 없다고 판단,행장의 문책이라는 강경조치를 동원했다는
시각이다.

잇단 실명제위반에 대해 "본때"를 보여줌으로써 실명제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할수 있다.

물론 두 은행이 실명제 위반외에도 예금의 불법인출,어음변칙배서,무자원
양도성예금증서 발행등 다양한 위규를 저질렀지만 이는 양념 정도에 불과
하다. 은행감독원이 한때 서울신탁은행 압구정동지점의 30억원 불법 예금
인출을,실명제 위반으로 간주했다가 다시 후퇴,최종결론을 유보한채 재무부
에 실명제 위반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도 실명제 위반여부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결국 신탁은행 압구정동지점에서 불법인출과 관련된 실명제 위반여부를
최종 확정하기도 전에 양도성예금증서 50억원의 비실명거래가 25일 오후
확인돼 김행장이 퇴진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은행감독원은 지난 15일 실명제위반에 대한 처벌기준을 강화했다.
위반한 금융기관과 당사자에 5백만원의 과태료만 물리기로 한 당초의 긴급
명령에 살을 붙여 위반한 당사자는 물론 일선 감독 책임자 담당이사및 감사
등에 대해서 인사상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두 은행장에 대한 문책성퇴진조치는 당시 강화된 처벌기준에 정책의지를
가미한 "일벌백계"로 볼수 있다.

이번조치가 단행됨에 따라 앞으로 일어날지 모를 실명제위반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법은 멀고 돈은 가깝다"는 금융계의
생리상 실명제 위반은 언제 어떤 형태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때마다
은행장을 문책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금융계는 이번조치로 새정부출범이후 단행된 사정바람을 쐬듯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로인해 금융거래가 위축되고 경제전반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