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일류상가를 휩쓸며 미국의 자존심까지 마구 사버리는듯하던
일본인들의 위세에 미국이 주눅들었던 때가 있었다.

부지런하고 건실한 일본의 근로자들에 비해 형편없이 게으르면서도
일본인을 욕심꾸러기라고 손가락질하며 입맛만 다셔야했던게 미국의
근로자였다.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 같은 한국의 여행자들마저도 한물간 미국의 처지를
애처럽게 여겼고 현지교포들은 서글퍼하기까지했다. 그런데 요즘 사정은
영 딴판이다.

며칠전 미재무부장관은 미국이 여전히 세계경제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하기까지했다. 아직 아무런 반론이 없을뿐더러 상당한 호응을 얻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금석지감이 든다.

재무부장관의 주장은 사실 숫자로 뒷받침된다. 94년중 미국경제는 약
3%내외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대부분의 경제전문기관들이
예측하고 있으며 아시아의 몇몇 나라를 빼고는 이에 맞먹는 나라가 없다.

거품경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이 1.3%,그리고 유럽의 기둥인
독일은 0.7%(블루 칩 경제지표)의 성장에 그치고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등 모두가 1.5%를 넘지 못한다.

미국의 실업률은 현재 최근 3년래 최저수준이고 이자율과 물가는 20년래에
안정을 구가하고있다. 기업투자 산업생산 소비지출 모두가 보기좋게 뻗어
나가고있다.

미국경제상황을 발빠르게 보여주는 월 스트리트에도 장미빛 전망이 흘러
넘치고 있다.

만성적 무역적자에다 비효율적 투자,속 좁은 경영층과 사회 병폐등으로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던 미국경제가 이처럼 1백80도 변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겨우 2~3년사이에 어떻게 이같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상당한 기간동안 연구가 있어야 원인이 규명되겠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미국의 저력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개방,변화의 적극수용,대외경쟁에의 정면대응등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최고를 자랑하면서 오만하기까지 했던 미국의 기업들은 그들의 처지가
결코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야말로 환골탈태,완벽한
변신작업에 들어갔다.

리엔지니어링이나 리스트럭처링이라는 것이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경쟁력회복을 위한 감량경영과 축소가 주요내용이다. 근로자를 대량으로
해고해서라도 경쟁력을 회복해보자는 몸부림인 것이다. 미국기업들은
이같은 몸부림을 벌써 몇년째 벌이고 있다.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대살륙전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전환기에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지 못한 기업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대대로 내려오던 유명기업들이 사라지는 것이 결코 낯설지 않은 일상사가
됐다.

한편으로 무게를 줄이면서 기업들은 피나는 정면대결도 피하지 않았다.

자동차 반도체를 필두로 대부분의 미산업계는 일본 독일과 박치기식
정면대결을 벌여 승리를 쟁취했거나 아니면 죽어 나갔다.

이젠 미국의 제조업 노동생산성이 일본보다 17%,독일보다 21%나 높다는
보고가 나왔다.

상대적 저임금과 고생산성에 끌려 벤츠와 BMW 도요타 혼다 닛산이 모두
미국에 공장을 짓고있거나 확장계획을 세우고있다. 해외자본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약10년간 미국경제가 괜찮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여서 한숨
돌릴만도 한데 미국인들의 긴장은 그러나 아직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회정책문제와 맞물린 경제및 통화정책과 주식시장등 국내환경에
못지않게 국제여건을 살필 지혜를 그들은 갖고있다.

미국의 불경기가 독일 일본의 지원과 수요창출에 도움받아 벗어났을뿐
아니라 앞으로 미국의 지속적인 번영을 위해서 독일의 경기회복은
필요하다는 점을 그들은 이해한다.

이제 미국인들은 내가 제일이라고 하지않는다. 대신에 우리가
제일이라면서 상호의존 경제의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