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정부 집권2기 내각의 두껑이 열렸다.

당초 예상대로 대폭으로 나타난 이번 개각은 변화와 개혁,그리고 경제회생
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를 그대로 읽게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새로 구성된 내각이 여전히 실험내각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번 개각의 특징은 대충 다음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경제각료의 경질폭이 예상보다 적었다는 점, 둘째는 총리는 물론
비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이른바 <개혁적 인사>가 상당수 등용됐다는 점,
세째는 그동안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은 각료의 대거 경질 등이다.

이런 특징을 감안할때 김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집권 2년째를 맞는 그가
앞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국정운영의 방향을 어느정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실 이번개각과 관련한 소문은 지난11월말부터 관가와 정치권 주변에서
먼저 나돌기 시작했다. UR협상에서의 쌀시장 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또
파행으로 치닷던 국회상황으로 볼때 어떤 형태든 민심수습용 카드가 필요
하다는게 당시 떠돌던 개각설의 배경이었다.

이에대해 김대통령은 오랬동안 개각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부인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다 지난16일,황인성전총리의 전격 사표제출로 개각은 기정사실화
되고 이후6일만인 21일 두껑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단순히 여론에밀려 이번 개각을 단행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본인스스로도 "UR협상이 한창 진행중인데 어떻게 개각
운운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지만 그보다도 이번 개각 내용이 그의 집권
2년째 구상과 맞물려있음을 쉽게 읽을 수 있기때문이다.

다시말해 김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이번 개각을 통해 자신의 향후 국정목표
를 보다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고 이는 개각내용에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분석인 셈이다.

이번 개각에서 대거 경질이 예상되던 경제각료의 유임이 의외로 많았다는
점은 뜻밖이다. 정재석 부총리의 등장외에는 재무 상공등 핵심 경제부처
장관의 경질이 거의 없었다. 이는 김대통령이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
해온 "경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 지지않는다"는 논리에 근거한 것으로 해석
된다.

다시말해 일관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경제의 특성을 감안 김대통령이
기존 경제각료들에게 다시한번 기회를 준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경제각료의 대거 유임은 곧 있을 청와대수석 인사에서 박재윤 경제의 유임
을 예측케하고 있다.

이제 겨우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신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지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은
종래의 청와대 일방 독주에서 강한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이 상호 조화를
이루는 형태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내년이 김대통령 집권기간중 유일하게 선거가 없는 해라는 점도 이번 경제
각료 구성의 한 요인이 된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 이와관련 한 대통령 측근
인사는 "이제 경제를 되살리기위해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지금
다시 실험적인 인사를 등용시켜 일정기간 수습기간을 두기에는 여유가
없다는 것이 경제팀 대거 유임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경제회생에 못지않게 개혁에 대한 강한 집착력도 이번
인사를 통해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회창 감사원장을 새총리로 전격 기용한것은 그 단적인 예다. 아울러
비경제부처에서 비교적 김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잘읽을 수 있는 민주계
인사가 포진케 된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할것 같다.

최형우 의원의 내무장관 기용은 그런 면에서 주목된다. 김우석 토개공
사장의 건설장관 기용,서청원 의원의 정무1장관 기용 등도 같은 맥락으로
봐 무리가 없다.

이경식 전부총리를 비롯 농림수산,환경,보사의 경질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이르킨데대한 인책성의 의미가 짙다. 이중 농림수산의 경질은 쌀시장개방과
관련한 속죄양으로 보사장관은 노동정책의 혼선이 그 이유로 지목된다.

이와관련 일부에서는 경제부처와 비경제부처의 이런 컬러상의 이질감이
새내각의 조화에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경제를 다루는
사람들의 일관된논리가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데 비해 정치에
오래몸담은 사람은 매사에 정치적 센스를 강조하는 측면이 없지않기 때문
이다.

정재석 신임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이 나름대로 소신과 고집이 있는
인물임을 감안하면 이런 우려는 그런데로 신빙성이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