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334) 제2부 대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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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몹시 불만이었으나,사와타로사에몬은 명령에 복종할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총독인 오가우치를 비롯해서 부총독 쓰카하라,그리고 참모장인
다케나카가 일제히 대검을 뽑아들기라도 할 그런 자세를 취했던 것이다.
그들은 모두 눈에 핏발이 서있었다. 우두머리라는 것들이 부하 군졸들을
속이고 야반도주를 했으니 살기가 등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가이요마루는 기적소리를 울리는 일도 없이 엷은 아침 안개가
서린 오사카항을 빠져나갔다. 마치 몰래 자취를 감추는 것과 흡사했다.
기함이 함대의 다른 함정들을 따돌리고,야반도주를 해온 쇼군과 중신들을
싣고 에도로 도망치는 터이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가이요마루가 오사카 앞바다에서 멀어져 아득히 그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을 무렵 오사카성에서는 그제야 쇼군과 중신들이 간밤에 어디로 갔는지
없어진 사실을 알고 발칵 뒤집히다시피 했다.
진두지휘를 하여 대반격을 감행한다던 쇼군이 하룻밤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다니,어처구니가 없었다. 자기들을 속이고 도망친게 틀림없다는
것을 알자,군사들은 기가차도 이만저만 기가찬게 아니어서 벌어진 입들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시퍼렇게 되살아나던 사기가 대번에 바람이 빠지듯 푹 꺼지면서 대신
배신을 당한 분노가 증오가 되어 쇼군과 중신들을 욕해대는 소리가 온통
성 안팎에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우두머리를 잃은 군사란 오합지졸과 다를바 없어서 결국 그날 안으로
제각기 갈 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중에는 그래도 막부를
못 잊어 떼를 지어 에도로 향하는 무리도 적지 않았다.
몸 깊숙이 밴 맹목적인 충성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가이요마루의 함장이며 함대사령관인 에노모도는 성안에 있는 금화 약
십팔만냥을 후지산마루에 옮겨 싣고,함대를 이끌고서 에도로 향했다. 그
와중에서도 그는 단단히 실속을 차린 셈이었다.
그날은 1월7일이었다. 그러니까 전쟁이 시작된지 불과 오일만에 막부군은
무너져 흩어지고,오사카성은 텅텅 비고 말았던 것이다.
썰물처럼 막부군이 밀려간 오사카성으로 밀물처럼 정부군이 진주해 들어
왔다. 성의 천수각 꼭대기에 니시키노미하다가 꽂혀 바람에 펄럭였다.
주홍색의 비단에다가 해와 달을 금빛으로 큼직하게 수놓은 깃발이 하늘
높이 나부끼는 것을 본 오사카의 백성들은 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세상이 드디어 바뀌었구나 싶어서 말이다.
없었다. 총독인 오가우치를 비롯해서 부총독 쓰카하라,그리고 참모장인
다케나카가 일제히 대검을 뽑아들기라도 할 그런 자세를 취했던 것이다.
그들은 모두 눈에 핏발이 서있었다. 우두머리라는 것들이 부하 군졸들을
속이고 야반도주를 했으니 살기가 등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가이요마루는 기적소리를 울리는 일도 없이 엷은 아침 안개가
서린 오사카항을 빠져나갔다. 마치 몰래 자취를 감추는 것과 흡사했다.
기함이 함대의 다른 함정들을 따돌리고,야반도주를 해온 쇼군과 중신들을
싣고 에도로 도망치는 터이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가이요마루가 오사카 앞바다에서 멀어져 아득히 그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을 무렵 오사카성에서는 그제야 쇼군과 중신들이 간밤에 어디로 갔는지
없어진 사실을 알고 발칵 뒤집히다시피 했다.
진두지휘를 하여 대반격을 감행한다던 쇼군이 하룻밤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다니,어처구니가 없었다. 자기들을 속이고 도망친게 틀림없다는
것을 알자,군사들은 기가차도 이만저만 기가찬게 아니어서 벌어진 입들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시퍼렇게 되살아나던 사기가 대번에 바람이 빠지듯 푹 꺼지면서 대신
배신을 당한 분노가 증오가 되어 쇼군과 중신들을 욕해대는 소리가 온통
성 안팎에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우두머리를 잃은 군사란 오합지졸과 다를바 없어서 결국 그날 안으로
제각기 갈 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그중에는 그래도 막부를
못 잊어 떼를 지어 에도로 향하는 무리도 적지 않았다.
몸 깊숙이 밴 맹목적인 충성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가이요마루의 함장이며 함대사령관인 에노모도는 성안에 있는 금화 약
십팔만냥을 후지산마루에 옮겨 싣고,함대를 이끌고서 에도로 향했다. 그
와중에서도 그는 단단히 실속을 차린 셈이었다.
그날은 1월7일이었다. 그러니까 전쟁이 시작된지 불과 오일만에 막부군은
무너져 흩어지고,오사카성은 텅텅 비고 말았던 것이다.
썰물처럼 막부군이 밀려간 오사카성으로 밀물처럼 정부군이 진주해 들어
왔다. 성의 천수각 꼭대기에 니시키노미하다가 꽂혀 바람에 펄럭였다.
주홍색의 비단에다가 해와 달을 금빛으로 큼직하게 수놓은 깃발이 하늘
높이 나부끼는 것을 본 오사카의 백성들은 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세상이 드디어 바뀌었구나 싶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