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연극계에 여성들의 삶과 문제,정신적갈등을 다룬
이른바 여성연극이 무대에 잇따라 올려지면서 페미니즘열풍이 불고있다.

현재 공연중인 여성연극은 극단 사하의 "유리로 만들어진 세상"
(94년1월31일까지,서울대학로 동숭아트센터)을 비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여성문화예술기획,31일까지,서울 동숭동 소극장 강강술래),
"여자를 왜 여자라 하는가"(기역,31일까지,서울종로구권농동 비원문화장터),
"자살에 관하여"(94년1월9일까지,서울서교동산울림소극장),"여자의 애인"
(현대예술극장,26일까지,강남무역센터현대백화점8층토아트홀)등 5편.

과거 무대에 올려졌던 여성연극이 남편,자녀와의 관계,여성으로서의
희망등주로 40대이후 여성의 자기공간과 의식을 찾아보는데 초점을 맞춘
작품이 많았던데 비해 이들작품들은 여자의 사랑과 결혼,남녀불평등아래
직장여성이 겪는 갈등, 독신녀들의 삶등 여자의 현실적인 근본문제를
다루고있는 가하면 여성에게 잠재해있는 본능적인 심리를 다룬 심리극까지
있어 관객들에게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있다.

이처럼 여성연극공연바람이 일고있는것은 각극단이 지난86년 극단
산울림의 "위기의 여자"(시몬 드 보부아르작)공연을 시초로 최근 수년간
두텁게 형성된 여성관객층을 겨냥,연말을 맞아 본격적인 페미니즘연극을
내놓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리로 만들어진 세상"(모리스 웨스트작 송종석각색연출)은 프로이드와
함께 현대정신분석학의 쌍벽을 이루는 칼구스타프 융의 자서전에 기록된
실제상담일지를 근거로 쓰여진 작품이다.

어릴적 근친상간을 당한 여주인공인 외과의사 마그다가 자신의
정신적장애를 치료하기위해 정신분석학자 융을 찾아오는것으로 시작되는
이작품은 마그다가 격정적욕망과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저지르는 여러가지
일탈행위, 이에 따르는 인간적고뇌,본능적인 모성애등이 그려진다.
변태적 성행위와 광기어린 폭력으로 스스로의 생을 얼룩지게하고
살인까지 하는 마그다는 "악의 요소를 잠재의식속에 갖고있는 누구나"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서충식연출)는 작가 공지영씨의
장편소설을 전혜성씨가 각색한 작품으로 30살을 갓넘긴 세여자의 결혼생활을
통해 사랑과 결혼이 주는 의미, 결혼한 직장여성이 겪는 모성애와의 갈등,
남녀불평등등을 여성의 시각에서 조명했다.

대학시절 자신감과 희망을 가졌던 세친구 혜완 영선 경혜는 10여년이
지난후 전혀 예기치못했던 상황에 놓인다. 혜완은 자신의 일을
가지려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아들이 죽은뒤 충격과 남편의 몰이해로
이혼을 하게되고,영선은 남편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버리고 희생하지만
결국 자살소동을 벌이고, 현실적이며 계산이 빠른 경혜는 남편의
노골적 외도앞에서 물질적인 풍요를 택하는 자신의 비참함을 애써
합리화한다. 박혜숙 김미경 김진희등 30대초반의 배우6명이 출연한다.

극단 산울림의 "자살에 관하여"(이강백작임영웅연출)는 직업을 갖고있는
독신녀들의 현실상황,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여성이 갖고있는 따뜻함과
파괴적인 심리를 극명하게 대비시키고있다. 노영화 이화영출연.

"여자를 왜 여자라 하는가"(양일권연출)은 권영임씨의 소설
"미스김,시집이나 가지?"를 김승길씨가 각색한 작품으로 기업현장에
근무하면서 여성으로서 남성우월주의에 숨통을 조이고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사실감있게 그리고있다. 탤런트 김수미가 연기생활23년만에 연극무대에
서는 작품"여자의 애인"(윌리엄 헨리작정일성연출)은 미국의 한 지방도시를
배경으로 19세의 동네청년과 불꽃사랑에 빠진 39세주부를 통해 현대여성의
소외와 방황등을 코믹하게 그렸다.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