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개방으로 전국이 뒤숭숭한 가운데 수입밀을 배격하고 우리밀을
지키자는 운동이 시민사이에서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30여년동안 수입밀에 밀려 "고사" 직전의 위기에 까지 몰렸던 우리밀
을을 회생시키려는 시민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우리밀이 "환경식품"으로 우리
의 식탁에서 각광을 받고있는 것이다.

우리밀도 쌀만큼이나 기구한 운명을 거듭했다.

"언제 국수먹여줄거야"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밀은 한때 결혼
잔칫집에서나 겨우 맛볼 수 있을 정도로 귀한 농산물이었다.

그러나 지난 60년대초 미국산 밀이 무상에서 유상으로 바뀌며 당시 생활이
어려웠던 우리들이 우리밀에비해 20%도 안되는 값싼 미국밀을 찾는 바람에
우리 식탁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췄던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우리의 기억에서 조차 멀어져가던 우리밀을 강남의 한
국수집에서 맛볼 수 있게돼 관심을 끌고있다.

서울강남구논현동 두산빌딩 바로 옆켠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리산자락을
연상케하는 "달궁"이라는 향토색짙은 이름의 국수집이 바로 그 곳.

지난 9월 처음 문을 연 이 국수집은 우리밀국시 통밀수제비외에 호박전
대구전 해물파전등이 주된 차림표인데 모두 순우리밀로 빚어낸 음식이다.

우리밀 국수는 우리 입맛에도 새롭다.

고소하면서도 투박스러운 맛도 자랑거리지만 특히 씹을수록 새록새록 옛
향수와 고향의 맛을 낸다.

전통의 맛을 내서인지 달궁의 주된 고객은 40대이상 중년층이다.

"30년 가까이 잊다시피했던 우리밀로 만든 수제비맛을 보니 피난오기전
피양(평양)에서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밀개떡국맛이 간절합니다"
박승호씨(62.서울강남구삼성동.빌딩임대업)는 11일 낮 이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우리밀국시와 호박전에 소주를 한잔 곁들이며 우리밀로 만든 수제비로
어머니 손맛을 보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이땅에서 영원히 사라질뻔했던 토종 우리밀을 되찾는데는 지나 89년 결성
된 "우리밀 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정성헌가톨릭농민회부회장)의 힘겨운
노력이 큰 몫을 했다.

운동본부는 우선 사라진 종자찾기부터나서 이해 함안등 경남지역의 일부
농가에서 토종밀을 찾아냈다.

그리고 "우리밀"은 지난 91년부터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우리밀재배를
원하는 농가에 우리밀종자를 유상공급하고 계약재배한 후 이를 현찰로 전량
수매, 올해의 경우 총 1천3백60t을 사들였다.

이는 국내 밀소비량의 0.05%에 이르는 것이다.

수매가는 약 8만명에 이르는 "우리밀"회원의 출자금으로 충당됐으며 회원
에게만 제한적으로 공급한다.

우리밀가격은 껍질을 덜 벗긴 통밀의 경우 kg당 1천8백원, 백밀은 2천원을
받고 1만원하는 1구좌당 연간 최고 3kg까지 공급하고 있다.

"우리밀"의 박중신총무부장은 "우리밀 종자중 60년대까지만해도 가장많이
먹던 "앉은뱅이밀"은 천연식물로 지정돼야할 정도로 씨앗이 귀하다"며
"우리쌀도 밀과 같은 점철을 밟지않게 하기위해선 우리 것을 지키려는 노력
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달궁국수집 주인 정재학씨(44)도 "미국쌀이 들어온다고 분노할 것만
아니라 미국쌀에 휩쓸리지않으면 될것아니냐"며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