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들이 하는 일중에 아파트(APT)감사라는 것이 들어있다.

회계사들이 아파트에 금이 가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아파트
입주자가 낸 관리비를 관리사무소가 얼마나 셈이 정확하게 사용했는가를
입주자를 대리해 감사하는 것이다.

아파트 감사의 보수는 한평당 1백원으로 책정돼있다. 서울시내의 일반적인
아파트단지 규모를 감안하면 단지별 감사보수는 보통 1백만~2백만원정도
된다.

공인회계사들은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아는 일반인들이 드물지만
아파트 감사는 법령에 분명히 명시돼 있다고 설명해 준다.

건설부의 공동주택관리령은 3백세대이상의 중앙집중난방식 아파트단지는
입주자의 3분의 2가 반대하지 않을 경우 의무적으로 한해 한번은 공인
회계사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리사무소나 위탁관리회사
가 입주자들이 낸 관리비를 적정하게 사용했는지를 감사받게해 민원의 소지
를 없애겠다는 취지에서 지난83년부터 적용됐다.

아파트 감사 실적은 보잘 것 없다. 매년 3백건 정도의 아파트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작 감사대상 아파트단지가 얼마인지조차 파악이 안돼
있다는 점이다.

시.도.군의 행정기관이 업무과다를 이유로 아파트 감사에 대해 신경을
안쓴다.

"관리인들이 감사보수가 불필요한 비용이라며 입주자들을 설득해 아파트
감사를 받대하는 서명을 받아놓은 경우도 있습니다"(공인회계사회 관계자)
제도자체에 허점이 많고 회계감사에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부족에 공인회계사
들의 수동적인 자세까지 겹쳐 아파트 회계감사는 유명무실한 것으로
비춰지고있는 것이다.

공인회계사들은 최근들어 학교 및 의료법인들에 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9월초 학교법인등 각종 비영리법인에 대해서도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가 절실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세미나를 개최하는등
여론형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와함께 지난달29일 학교법인과 의료법인의 회계기준을 만드는데 모두
2천만원상당의 연구비를 지원키로 확정했다.

회계사 숫자는 자꾸 늘어만가는데 회계감사를 받아야하는 회사 숫자는
지난1월 6천8백20개에서 5천2백여개로 23%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명분에 매달려 자산규모가 60억원미만~40억원인
기업체에 대해 공인회계사의 회계감사를 받지 않도록 조치했기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공인회계사의 감사영역 개척은 사회정의구현이라는
거창한 명분이 아닌 그들의 생활과도 직결되고있는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인회계사들의 이같은 영역개척주장은 대개 정부의 처분만 바라는
경향이 짙다.

서구의 경우 공인회계사의 감사가 일반인들의 필요성에 의해 저절로
확장돼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주도로 도입된데따른 타성이 남아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연수를 한 젊은 공인회계사들은 아카데미 그레미등을 예를들며
외국에서는 영화제나 음악시상식에서 거의 예외없이 채점집계를 "감사"한
공인회계사가 소개되는 광경을 TV를 통해 볼 수 있다는 점을 곧잘
들먹인다. 그만큼 공인회계사의 활동무대가 넓다는 것이 부러웠던 것이다.

지난10월 공인회계사회가 주최한 학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한
교수는 "회계인"들의 사회적위상을 높이기위해선 공인회계사회같은 단체가
앞장서 영수증 주고받기 운동을 벌이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는 말을
했다. 정부가 제도를 마련해줄 것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을 보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홍모기자>